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T모바일파크는 2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곳으로, 매년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쉽게 오기 어려운 곳에서 우상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정후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정후는 20일(한국시간) 경기를 끝으로 시애틀 원정 3연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애틀 원정은 이정후에게 자신의 우상 스즈키 이치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치로는 현재 매리너스 회장 특별 보좌 직함으로 선수단과 함께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 기간에도 매리너스 타자들이 타격 연습을 할 때 외야에서 공을 주워주며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이정후에게 이치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왼손 타자로 전향하며 처음 본 선수의 영상이 이치로였고 등번호 51번을 택한 것도 이치로의 영향이었다.
신인 시절인 지난 2024년에는 스프링캠프 기간 매리너스와 원정경기에 출전하면서 이치로와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당시 이정후는 “아우라가 달랐다”며 이치로를 만난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치로를 만나지 못했다.
일단 시간이 없었다. 시리즈 첫 날은 홈팀인 시애틀이 먼저 타격 연습을 진행하고 원정팀 샌프란시스코가 필드에 나와 타격 연습을 하는데 이정후가 필드에 나와 훈련을 시작하고 있을 때 이치로는 필드를 떠났다.
시리즈 둘째날은 이정후가 실내 훈련으로 경기전 일정을 대체했고 마지막 날은 낮 경기로 타격 훈련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둘을 이어줄 사람이 없었다. 2년전 만남은 당시 감독이었던 밥 멜빈이 있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멜빈은 매리너스 감독 시절 이치로와 함께한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다. 멜빈은 지금 팀에 없다.
이정후에게 이치로는 아직 ‘친한 선배’보다는 ‘우상’에 가까운 인물이다. 언어 장벽도 있다 . 물론 이정후가 직접 다가가 인사를 청한다면 이치로도 반갑게 맞이했겠지만, 직접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하기에는 어려운 사이인 것이 사실. 2년전 멜빈 감독처럼 둘 사이를 이어줄 누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샌프란시스코에는 둘을 연결할 존재가 없었다.
아쉬운 기회를 놓친 이정후는 선수단과 함께 다음 원정지인 캔자스시티로 떠났다.
[시애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