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OK금융그룹 원클럽맨 세터 이민규(31)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 굳은 각오를 가지고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기노호의 주장을 맡는다. 이민규가 주장을 맡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또한 최근 팀 성적이 부진했다. 올 시즌에는 새로운 감독 밑에서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MK스포츠와 만난 이민규는 “늘 어렸을 때부터 주장이라는 자리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늘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더 다듬고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19세 이하 대표팀 시절 한 번 해 본 경험은 있는데, 프로 와서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OK금융그룹은 석진욱 감독 후임으로 일본 배구 레전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을 불렀다. 오기노 감독은 열정이 넘치며, 선수들과 많은 시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소통을 강조하고, 수비와 경기 상황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이민규는 “훈련량이 생각보다 많다. 훈련 외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반복 훈련을 정말 많이 하신다. 근데 그 반복 훈련이 지루하지 않다. 훈련을 하다 보면 ‘왜 훈련이 지루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좋다”라고 웃었다.
오기노 감독은 이민규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지난 1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민규가 기대가 된다. 키도 크고 토스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민규는 “당연히 칭찬을 해주면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내가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라며 “오기노 감독님이 합류한 시점부터 선수들과 볼 훈련에 함께 참여했다. 무릎은 많이 좋아졌다. 작년보다 좋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민규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안고 있으며, 사회복무요원 시절 수술을 했다.
경기대 시절은 물론이고 OK금융그룹의 전신인 러시앤캐시, OK저축은행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희채와 재회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절친 송명근을 떠나보냈다. 송희채와 송명근은 서로 트레이드 되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이민규는 “서로 좋은 트레이드라 생각한다. 우리카드는 주공격수가 빠졌는데, 명근이의 공격력이 약점을 메워줄 거라 본다. 우리 팀은 궂은일을 도맡아야 하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필요했는데 희채가 잘 해줄 거라 본다. 희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 연습 과정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민규는 지난 2021년 4월 29일 입대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보호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이민규는 2023년 1월 28일 전역했다. 이후 코트로 돌아와 8경기를 소화했다.
이민규는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배구를 대하는 태도, 배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다. 하루하루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복무를 하면서 재활도 열심히 했고, 사소한 부분에도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20대였지만, 이제는 30대다. 또 주장이고, 코트를 지휘하는 세터다.
그는 “배구는 단체 스포츠다. 개인 한 사람이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다. 그런 부분을 20대 때와는 다르게 많이 느끼고 있다. 늘 미련이 안 남게끔 다 쏟아내겠다. 후회 안 남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금껏 쭉 함께 해 온 OK금융그룹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러시앤캐시(現 OK금융그룹) 지명을 받은 후 단 한 번도 이 팀을 떠난 적이 없다. 두 번의 우승도 경험했고, 또 꼴찌도 해봤다. 수술로 고생도 했다. 희로애락을 다 느꼈다.
이민규는 “OK금융그룹은 나에게 감사한 팀이다. 이 팀에 와서 우승도 해보고,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 꼴찌도 해보고, 부상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좋은 일만 겪었으면, 올라갈 힘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OK금융그룹은 이민규라는 배구 선수, 이민규라는 사람을 성숙해지게끔 만들어준 팀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선수로서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1차 목표는 플레이오프다. 군대 가기 직전 시즌에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이후 팀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하고 있다. 좋은 외인이 있지만 잘 활용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를 거라 본다”라며 “수술이 잘 된 상황이기에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 선수는 코트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한 만큼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용인=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