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승뿐이지만, 존재감은 10승 이상…“찬헌아, 후회 없이 해보자”

“계약하고 나서 ‘15년 고생했던 야구 인생 잘 마무리해 보자’라는 마음이었죠.”

키움 히어로즈 우완 투수 정찬헌은 올 시즌 9경기 1승 4패 평균자책 3.62를 기록하고 있다. 9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만 6회.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밖에 못 올리고 있을 뿐이지, 정찬헌이 보여주는 투구 내용은 5선발 그 이상이다.

사실 정찬헌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신청했지만, 그 어떤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시즌 개막 직전인 3월말 키움과 손을 잡았다. 2년 최대 총액 8억 6천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키움 정찬헌. 사진(대구)=이정원 기자

당시를 돌아본 정찬헌은 “만약 계약이 안 됐더라면 후회가 많이 남는 야구 인생 15년이었을 것 같다. 물론 FA 신청이 선수 권리이긴 하지만, 계약 성사는 아무도 모른다. 안 되다 보니 정말 답답했다. ‘내가 경쟁력이 없나’ 하며 자괴감에 빠져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그래, 한 번 버텨보자’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루에도 내 마음이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계약하고 나서는 후회 없이 하자는 마음이었다. ‘찬헌아, 15년 고생했던 야구 인생 잘 마무리해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다음에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2년 동안 후회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는 정찬헌은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최고의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찬헌이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LG 트윈스에서 몸담던 시절인 2020년 6월 27일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전 9이닝 무실점 완봉승 이후 무려 1089일 만이다. 또한 이날 경기 7이닝 최소 투구 기록도 바꿨다. 이날 77개의 공을 던졌다. 이전 기록은 83구로, 이 역시 LG에 몸담던 시절인 2008년 9월 12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정찬헌이 키움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정찬헌은 “승리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팀이 중위권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좋은 피칭을 해 만족스럽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던지라면 던질 수 있는데, 아무래도 나 같은 경우는 구위형이 아닌 맞춰잡는 투수다. 그러면 상대 타자가 적응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스태프와 내 생각이 많았다. 지난주에 중간 투수들이 많이 고생했다 보니 한 이닝이라도 더 던지고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승수는 1승이지만, 존재감은 10승인 정찬헌. 앞으로도 키움에 큰 힘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대구=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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