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세계농구의 ‘변방’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됐다.
2023 국제농구연맹(FIBA) 필리핀-일본-인도네시아 농구월드컵이 3개국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다. 대회 2일차를 마친 농구월드컵은 A조부터 H조까지 각자 한 경기씩 모두 치렀다.
호주, 뉴질랜드 제외, 이번 농구월드컵에 참가한 순수 아시아 국가는 총 6개국이다. 개최국 필리핀과 일본 포함 중국, 이란, 레바논, 요르단이 출전했다. 그리고 모두 첫 경기서 패했다.
A조의 필리핀은 도미니카 공화국가 대접전 끝에 81-87로 패했다. 그래도 아시아 6개국 중 가장 승리에 가까웠던 팀이었다. 조던 클락슨을 앞세운 그들의 화력은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B조에 속한 중국은 세르비아와의 첫 경기서 63-105로 대패했다. 기대를 모았던 카일 앤더슨은 무득점 침묵, 오히려 민폐가 됐다.
요르단은 C조 첫 경기에서 그리스와 혈전을 치렀다. 71-92, 21점차로 대패했지만 론데 홀리스 제퍼슨을 앞세운 ‘히어로 볼’은 분명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없는 그리스를 땀 흘리게 했다.
E조의 일본은 우승 후보 독일에 63-81로 패했다. 독일이 중국과의 평가전서 107-58로 승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큰 차이는 아니었다. 다만 하치무라 루이의 공백을 크게 느낀 경기이기도 했다.
하메드 하다디가 돌아온 이란은 브라질과의 G조 첫 경기에서 59-100으로 대패했다. 오마리 스펠맨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선택한 레바논은 라트비아와의 H조 맞대결에서 70-109, 39점차로 무너졌다.
4년 전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다. 그래도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에선 중국이 코트디부아르와의 첫 경기를 70-55로 승리하며 자존심을 살렸다.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승리 소식은 없었고 조별리그 결과 1승 17패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에 내리 패하며 3전 전패 수모를 겪었다.
더욱 암울한 건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순위 결정전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32개국, 8개 조를 기준으로 한 대회에서 최초로 ‘아시아 무승’이라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각 조의 최약체로 평가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본 대회에 앞서 전보다 더 많은 평가전을 소화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으나 중요한 순간에 힘을 쓰지 못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필리핀이 앙골라전, 이란이 코트디부아르전을 앞두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다. 물론 매치업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건 아니다.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남수단, 요르단은 뉴질랜드, 일본은 핀란드전에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캐나다, 프랑스전이 남은 레바논은 희망조차 없다.
순수 아시아 농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피지컬이 특별하지 않으며 전술도 구시대적이다. 그나마 최근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건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 ‘히어로 볼’만 추구하거나 중국처럼 단순히 높이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4년 전 1승 17패도 심각한 결과였다. 그러나 4년 뒤 지금은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시아와 세계농구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