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끝에 호주를 제압한 류중일호가 한 수 위 일본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까. 선봉장은 이의리(KIA 타이거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APBC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망주들의 성장을 위한 대회다.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리그 구단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들만 나설 수 있으며, 3장의 와일드카드도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처음이자 가장 최근 대회였던 APBC 2017에서 일본, 대만 등과 경쟁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와 첫 APBC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첫 경기였던 16일 호주전에서 한국은 고전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1회초 클레이튼 캠벨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준 한국은 2회말 김형준(NC 다이노스)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6회초에는 선두타자 알렉스 홀에게 우월 솔로 아치를 헌납했으나, 8회말 김주원(NC)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어 한국은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룰에 따라 만들어진 무사 1, 2루에서 노시환(한화 이글스)이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키며 어렵사리 3-2 승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타선의 부진 등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올해 초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7-8 패배를 설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이었다.
한국은 이제 한 수 위의 일본과 맞붙는다. 일본 역시 16일 대만전에서 첫 승을 따낸 상태다. 대만 선발투수 구린뤼양(6.2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에게 5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못하는 등 고전했으나, 6회초 터진 모리시타 쇼타(한신 타이거즈)의 좌월 솔로 아치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일본은 9회초 대만 불펜진을 공략하며 3득점에 성공, 4-0 승전보를 써냈다.
일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프로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이 총 출동했고, 대만도 꺾으며 기세가 올라온 상태다. ‘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에서 경기가 진행된다는 점도 일본에게는 호재다.
특히 한국 투수들은 일본의 한 방을 경계해야 한다. 특수 유리 섬유 소재로 지붕을 만든 도쿄돔은 이를 부풀리기 위해 송풍 팬을 가동하는데, 이로인해 돔 내부에는 상승 기류가 발생한다. 타구가 더 높고 멀리 뻗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선발투수로는 좌완 스미다 지히로(세이부 라이온즈)가 출격한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세이부의 지명을 받은 그는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3.44를 올렸다. 177cm, 81kg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이지만,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스플리터,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제구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미다는 단연 한국의 경계 1순위다.
한국은 이에 맞서 좌완 이의리를 출격시킨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올해까지 76경기(380.1이닝)에서 25승 22패 평균자책점 3.83을 작성했다. 2022시즌(10승 10패)과 올해(11승 7패)에는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여러모로 이의리에게 의미가 큰 등판이다. 먼저 그는 2023 WBC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잡게 됐다. 당시 일본전에서 구원등판한 그는 0.1이닝 동안 사사구 3개 1탈삼진 무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한국도 해당 경기에서 4-13 대패를 당하며 2013, 2017 WBC에 이어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와 마주해야 했다.
아울러 이의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불발의 아쉬움도 털어낼 태세다. 그는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으나, 손가락 물집을 이유로 소집 직전 제외됐다.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투수다. 일본도 좌타자들이 많다. 이의리가 제구만 잘 되면 잘 막아주리라 생각한다. 볼도 빠르다. 제구가 잘 될 때는 상대가 못 치는 스타일이다. 내일(17일)은 1회부터 (이의리의) 제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그것만 관찰하도록 하겠다(웃음)”고 이의리의 선전을 바랐다.
호주전에서 8안타 3득점에 그친 타선의 아쉬운 화력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노시환(5타수 3안타 1타점), 김주원(3타수 2안타 1타점), 김형준(4타수 1안타 1타점) 등이 존재감을 보였으나, 잔루가 너무 잦았다. 많은 찬스를 만들었으나, 득점 생산력이 떨어졌다.
사령탑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선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국제대회에 나오면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하게 된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타격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상대(호주) 투수들이 공은 빠르지 않은데, 낮게 형성되다 보니 고전했다”며 “내일(17일)은 타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넘치고 있다. 노시환은 “일본 투수들은 컨트롤이 정말 좋다. 몸쪽, 바깥쪽 자유자재로 던지며 변화구도 수준급”이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제가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떤 투수가 올라오든 제가 하려는 것들을 할 것이다. 내일 일본 투수들을 잘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내야수 김도영(KIA)도 “(어느 팀이든) 똑같이 집중해서 실수 없이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분명 전력에서 한국에 한 수 앞서는 일본과의 맞대결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수 차례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꺾고 환호한 바 있다. 과연 류중일호가 일본을 누르고 APBC 첫 우승에 청신호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