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노력 없이 이뤄지는 소원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월트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 영화 ‘위시’는 미키마우스라 등 여러 캐릭터부터, 아름다운 환상의 동화 속 이야기, 그리고 절대적인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마블의 시리즈까지 탄생시킨 ‘월드 디즈니 컴퍼니’가 내놓은 작품치고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다.
‘위시’는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 살고 있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는 마음 깊이 사랑하는 로사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모두의 존경을 받는 ‘매그니피코 왕’을 찾아갔다가 그의 숨겨진 계획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아샤의 간절한 부름에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특별한 ‘별’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귀여운 염소 친구 ‘발렌티노’와 함께 이들은 진심 어린 소원과 용기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부족하지만 ‘원대한 꿈’을 가진 주인공이 모든 것을 가지다 못해 세상을 자신의 발아래 놓으려는 사악한 인물을 선량한 힘으로 이겨낸다는 다소 뻔한 스토리 전개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주제 의식을 다지는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마저 나쁘게 말하면 말하면 ‘식상함’ 좋게 말하면 ‘클래식’ 그 자체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위시’가 가지고 있는 촌스러움이 도리어 이를 ‘디즈니 100주년’에 더욱 걸맞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나 이렇게 소원을 빌어.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라는 아샤의 노래는 그동안 화려함 속 잊기 쉬운 월트디즈니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으며, 여기에 손으로 직접 그린 듯 수채화 느낌을 전해주는 2D 그림과 화려한 CG기술 접목돼 만들어진 새로운 드로잉 시스템 ‘민더’는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움직이는 동화책과 같은 느낌을 전달, 월트디즈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 준다.
여기에 스스로의 소원을 이룰 의지도 없이 단순하게 ‘소원을 이뤄주는 왕’에게 맡기고는, 그도록 소중한 소원이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가는 로사스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떠올리게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이뤄지는 소원, 이는 진정한 축복인지 아니면 저주인지를 생각하게끔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무엇보다 매그니피코 왕에게 위험하다며 거절당했던 할아버지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노래를 불러주는 소원’은 훗날 월트 디즈니 픽처스 로고의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디즈니를 상징하는 음악이 된 ‘When You Wish Upon a Star’로 이어지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위시’는 전반적으로 특색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소박한 스토리는 월트디즈니가 자랑하는 기술을 부각하게 해주고, 기술은 또 다시 ‘디즈니 영화’가 바라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적인 내용까지 강조해주고 있다. 어쩌면 ‘위시’ 자체가 ‘월트 디즈니 100주년’을 대표할 수 없을지라도 ‘쉼표’ 정도의 역할은 해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