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민덕희’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답답한 고구마 전개가 있지만, 통쾌하고 유쾌한 사이다로 생각 이상의 영화를 완성시켰다.
영화 ‘시민덕희’는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가 거래은행의 손대리(공명 분)에게 대출상품 제안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러번의 수수료를 냈지만 이렇다 할 연락이 없자, 그제야 덕희는 보이스피싱을 깨닫는다.
사방팔방으로 보이스피싱범을 찾기 위해 움직이던 덕희는 손대리에게 온 전화를 받고, 경찰도 종결한 사건을 풀기 위해 직접 나선다. 급하게 필요한 돈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인다.
생각보다 든든한 직장 동료 봉림(염혜란 분), 숙자(장윤주 분)와 함께 덕희는 중국 칭다오로 날라가고 여기서 우당탕탕 ‘보이스피싱’ 총책 잡기가 시작된다.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재미 요소가 더해져 감칠맛을 더했다.
화려한 액션이나 계획적이고 허를 찌르는 두뇌싸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탄을 자아내는 반전도 없고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이어진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보이스피싱을 다룬 탓에 무작정 웃긴 코미디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분위기 환기 정도의 웃음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이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보이스피싱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아내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민덕희’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이 확실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라미란은 직장을 다니고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소시민, 잃어버린 돈을 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러 나서는 모습을 특유의 연기 내공으로 녹여내 ‘시민덕희’ 안에서 날아다녔다.
여기에 중국어를 유창하게 소화해낸 염혜란, ‘시민덕희’ 속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 장윤주, 외모를 포기한 막내 안은진까지 라미란과 힘을 합쳐 케미가 빛을 발휘했다. 네 사람 모두 극중 안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융통성 없는 얄미운 형사 박병은까지 환상의 조합을 이뤄 ‘시민덕희’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나쁜 놈이지만 구해주고 싶은 공명과 묵직하고 섬뜩한 나쁜 놈 이무생은 보이스피싱의 무서움과 이야기의 쫄깃한 부분을 담당, 짧지만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통쾌함 속 뜻밖의 메시지를 투척하는 ‘시민덕희’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상영시간 114분, 15세 관람가.
[김나영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