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어요.”
KT 위즈 이적생 투수 조용근(28)은 1군에 서는 그날을 기다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조용근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KT 마무리캠프 현장에서 입단 테스트를 치른 후, 합격한 선수. 현재 전북 익산에 위치한 KT 퓨처스팀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공주고-중앙대 출신인 우완 투수 조용근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지명받지 못한 후, 그해 9월 열렸던 LG 트윈스 육성 선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군 마운드는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벽이 높았다. 퓨처스 통산 41경기 3승 1패 6세이드 5홀드 평균자책 5.75의 기록을 남긴 후 2021시즌 종료 뒤 방출됐다. 이후 군대로 향했다. 소집 해제 후에도 몸 만드는데 집중했던 조용근은 KT 측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바로 제주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3일 익산 훈련장에서 만난 조용근은 “7월 20일에 소집 해제를 했다. 혹시 몰라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락이 계속 안 오길래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KT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서 마무리캠프를 하고 있으니 오라는 전화였는데, 이틀 후에 바로 제주도로 향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래는 모르는 전화를 안 받는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 받게 되더라. 스팸 전화인 걸 알면서도 모든 전화를 다 받았다. 제주도에 갈 때 ‘마지막 기회다’라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제주도에 머문 시간은 열흘이었다. 열흘간의 테스트 기간, 시간은 느리게 갈 줄 알았으나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피칭 테스트만 다섯 번은 봤던 것 같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정신도 없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라며 “사실 몸이 100%가 아니었다. ‘내가 될까?’ 하는 생각이 컸다. 갑자기 다른 환경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몸이 붕 뜨더라. 원래의 밸런스도 나오지 못했다. ‘좀 별론데?’ 하고 내려왔는데, 구단 측에서는 스피드도 잘 나오고 잘 던졌다고 하더라. ‘LG에서 왜 방출됐냐’라고 물어보니 ‘못하니까 방출됐다’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테스트를 통해 프로 구단의 문을 두드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LG 공개 테스트는 마음을 내려놓고 봤던 것 같다. 그 당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LG 밥 맛있으니, 밥이라도 먹고 나오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데 그게 더 나에게는 좋게 다가왔다. 긴장 없이, 부담 없이 테스트에 임했다. 또 테스트 순번이 맨 마지막이었다. 나의 순번이 다가올수록 ‘해볼 만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120%의 힘으로 던졌고, 좋은 결과도 나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KT 입단 테스트를 볼 때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자는 마음이었다. 엄청 간절했다. 지금도 사소한 거 하나하나 조심하고 있다. 나의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KT에서 1군 데뷔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려면 여기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부상이 없어야 한다.
조용근은 “안 그래도 늦게 들어왔는데 다쳐버리면 끝나는 것이다. 다치지 않아야 한다”라며 “밸런스, 제구력을 잡아가면서 구속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구속이 안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퓨처스리그가 아닌 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 때부터 100% 아니 200%의 힘으로 던질 생각이다. 그에게 내일은 없다.
조용근은 “익산-기장 퓨처스 캠프 때 많은 연습경기가 잡혀 있다. 난 이 연습경기 때부터 실전의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은 지난해에 다 실전 경기를 뛰었기에 어느 정도 보여준 게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입장이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 캠프 연습경기부터 실전 경기를 임한다는 생각으로 던지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올해 1군 데뷔는 무조건 하고 싶다. 못하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난 올 시즌 끝나고 방출될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시즌 중반에 방출될 수도 있다. 보여줄 수 있을 때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어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있다”라며 “LG 마운드도 탄탄했지만, KT도 탄탄하다. LG에 있을 때 누군가를 꺾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감이 더 떨어지더라. 이제는 목표 자체를 1군 선수와 비슷하게 가져가되, ‘내가 잘만 던지면 올라가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던지면 나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익산=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