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원팀’은 허상이었을까.
충격적인 소식의 연속이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표팀 기간 소속팀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이 멱살잡이와 주먹질 등으로 물리적인 충돌을 빚은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대표팀의 갈등을 모두 지켜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수수방관했고, 감독을 견제하고 조정하며 도왔어야 할 대한민국축구협회(KFA)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64년만의 우승을 염원했던 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대표팀은 흩어져서 결속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려지면서, 의문이었던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타당한 이유들도 밝혀지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갈등 상황은 지난 7일 대한민국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언론 더 선은 14일(한국시간)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2023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전 전날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더 선은 이런 내용의 기사를 공식사이트 메인화면에 배치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른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 또한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손가락이 탈구 됐던 것은 팀 동료들과 격한 언쟁을 벌이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더 선의 보도 내용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더 선과 데일리 메일이 영국 내에서도 가십 등을 자주 다루는 언론이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충격적인 속사정을 다룬 것이다보니 보도 초기에는 ‘괴소문’일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KFA가 갈등설을 빠르게 일부 시인하면서 사실상 사건 자체는 공식화 됐다. 축협 관계자는 “대회 기간 중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탁구장에서 마찰이 있었다. 물리적인 수준의 충돌까진 아니었다. 손흥민이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오른손 중지와 검지를 테이핑한 채로 경기에 나섰는데, 당시에는 정확한 부상 사유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유효슈팅도 한 차례 기록하지 못한 부진한 경기력 끝에 0-2로 충격패를 당하며 64년만의 왕좌 탈환이 좌절됐다.
바로 이같은 원인에 대표팀 내에서의 갈등이 새롭게 부각된 것이다. 물론 축협 측의 설명과 외신의 보도 내용면에선 차이가 있다.
더 선은 요르단전 전날 저녁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기 위해서 식사를 매우 일찍 마치고 자리를 떠나려 했고, 이를 ‘캡틴’ 손흥민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강인 등 젊은 선수와의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는 저녁 식사 시간을 다음날 경기를 앞둔 단합과 결속의 시간으로 여겼던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다시 돌와와서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고,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더 선은 “탁구를 치려고 일찍 자리를 뜬 선수 중에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도 있었다”면서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돌아와서 앉으라고 했지만 일부 선수가 무례하게 이야기했다”라며 “순식간에 다툼이 벌어졌고, 동료들이 뜯어말렸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며 대표팀의 캡틴과 에이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국내 언론들의 추가 보도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갈등 수준을 넘어 몸싸움까지 가는 격한 충돌도 빚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먼저 손흥민이 탁구를 치려는 이강인 등 젊은 선수들을 제지하려 했다. 그러자 이강인이 이를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모욕을 느낀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설상가상 이강인이 그 과정에서 손흥민에게 주먹질을 했고, 이를 동료 선수들이 피하고 말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이 현재 알려진 가장 구체적인 정황에 가깝다.
충격적인 내용은 대표팀의 최고참인 동시에 주장인 손흥민에 맞서 대표팀 막내 그룹인 이강인이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하며 서로 다퉜다는 내용이다. 이강인의 항명과 폭력적인 맞대응이 사실이고 손흥민이 부상까지 당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대표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반드시 승리했어야 할 준결승전 당일 대표팀의 분위기가 수습되기에도 시간이 더욱 부족했는데, 이 과정에서 명단 제외 등을 요청한 고참급 선수들의 요구를 클린스만 감독이 묵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포츠서울 단독 보도와 KBS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 직후 손흥민을 포함한 일부 고참들이 경기 주장과 몸싸움을 벌인 이강인을 괘씸하게 여겨 준결승 요르단전 명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등 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거절했고, 이강인은 준결승전 당일에도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최전방 스리톱의 일원으로 출격했다.
결국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을 상황에서 당시 유효슈팅 조차 기록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경기력은 결속력이 부족했던 팀의 상황이 반영됐을 거란 추측들이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나아가 축구계 등에 따르면 손흥민과 이강인 간의 물리적 충돌에 의한 갈등은 그간 대표팀 내부에서 지속했던 불화와 문제점 등이 터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대회 기간 내내 유럽파 출신의 스타플레이어와 국내파 선수들간의 갈등, 대표팀 내에서 세대별로만 무리를 짓는 등의 모습이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표팀 전체를 이끄는 감독 혹은 협회 차원에서의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 선수들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모래알 같았던 대표팀의 모습을 꼬집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