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를 정복했던 류현진(36)의 한국행이 결정됐다. 그 뒤를 이었던 김하성(28, 샌디에이고)의 성공과 이정후(25, 샌프란시스코)의 빅리그 도전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 이젠 다른 리그, 다른 팀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그들이다. 하지만 한국인 출신 메이저리거라는 하나의 길로 끈끈하게 이어져 또 다른 도전을 앞둔 세 사람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대선배이자 한국 야구의 레전드인 류현진의 한국행 결정에 대한 아쉬움과 응원의 마음이 공존한다. 이정후는 자신의 롤모델 중 한 명인 류현진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의 미래에 대한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프링캠프 훈련장인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 전 MK스포츠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이정후는 류현진의 결정에 대해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것인지를 이해하고 있음도 전했다. 이정후는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결정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내린 결정이라고 믿으며 전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많은 한국인 팬들과 젊은 야구 꿈나무 선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줬다. 특히 이정후에게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갖게 해 준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정후는 어린 시절 류현진 선수를 보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고백했다.
“처음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게 된 것이 류현진 선배님 덕분이었다. 어렸을 때 선배님을 보며 메이저리그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정후와 류현진의 직접적인 맞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류현진이 던지는 공을 상대하고 싶었던 오랜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야구선수의 꿈을 키울 당시 그는 저 대륙 너머 미국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반대로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 이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시즌, 같은 소속팀에서 뛰거나 서로 상대로 만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리게 됐다. 류현진의 한국행 결정으로 인해 이런 이정후의 꿈은 실현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롤모델인 류현진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이제 새로운 도전자 신분으로 빅리그에 나서는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내에서 점차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빅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던 류현진의 경험과 성공은 이정후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정후 역시 류현진의 길을 따라 메이저리그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각오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시즌은 이정후에게 많은 도전과 기회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정후의 이 걸음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큰 관심사이자 축제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로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많은 이들은 이정후가 한국인 타자로서도 빅리그에서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이정후를 도울 든든한 조력자이자 또 하나의 성공의 디딤돌이 될 존재가 있다. 바로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을 통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거듭난 선배 야수 김하성이다.
또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감독 시절,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적응을 성공적으로 이끈 밥 멜빈은 이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고, 또 다른 한국인 선수인 이정후의 적응 과정을 돕고 있다. 멜빈 감독은 두 선수의 상황이 서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2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적응에 기여한 것에 대해 겸손하게 자신이 아닌, 팀 코치진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신의 역할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경우, 멜빈 감독이 2022년 샌디에이고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재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이는 그에게 주전 내야수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멜빈 감독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팀에는 특정 분야에 대해 가르치는 코치들이 있다”며 함께한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좋은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경우는 김하성과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정후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중견수 자리를 보장받으며 다른 시작을 경험하고 있다.
“이정후는 바로 선발로 기회를 얻을 예정이다. 그러나 언제든 적응 기간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나와 코치들의 일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게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자신과 코치진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김하성과의 이정후의 경쟁, 그리고 멜빈 감독과 이들의 만남은 이제 새로운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멜빈 감독이 이끄는 샌프란시스코와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가 시즌 개막전에서 마주친다는 사실은 그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김하성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 반가울 것이라면서도, 경쟁 상대로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을 다시 보는 것은 반갑겠지만, 그를 상대 선수로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니다”라며 생각을 전했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고,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팀을 파괴할 수 있는 선수다. (샌디에이고는) 너무 자주 붙고싶지 않은 팀”이라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멜빈 감독의 말대로 이제 김하성과 이정후는 과거 키움 히어로즈의 동료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빅리거라는 입장이 됐다. 적으로 과거 아꼈던 이를 직면해야하는 것은 멜빈 감독이나 김하성, 이정후 모두에게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면서 김하성과 동료가 될 가능성도 있었던 류현진은 이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사실상 끝내고 KBO리그의 전설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 한국 출신 선수로서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을 이끌어야 할 주역은 김하성과 이정후가 될 전망이다. 엇갈린 길, 하지만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는 그 길 속에 또 다른 축제가 시작된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