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23연패 불명예 트린지 감독 경질...오지영 방출 등 팀 정상화 나선다 (종합)

23연패 기록만 남기고 조 트린지 감독이 페퍼저축은행과 한국을 떠난다. 팀내 괴롭힘 사건을 일으킨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을 전날 방출한 데 이어 팀의 정상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는 28일 “AI 페퍼스는 침체된 구단의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조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퍼저축은행은 “차기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이경수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며 “구단은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해 팀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또 끝으로 구단은 “AI 페퍼스는 조 감독과 함께 한 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와 그의 가족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의 트린지 감독은 3승 28패 승점 10점, 여자배구 최다 23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만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 6월 말 김형실, 아헨 킴 감독에 이어 페퍼저축은행 제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트린지 감독은 미국 내 권위 있는 스포츠 과학 분석 학회인 슬론 스포츠 애널리틱스 컨퍼런스의 멤버로 전술 및 전략에 큰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초로 한 페퍼저축은행을 이끌 적임자로 뽑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분석과 코치를 맡았다. 미국의 2014년 세계선수권 첫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금메달 및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위,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 쾌거를 이뤄냈다. 그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 (NORCECA) 여자선수권대회의 미국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경기를 지휘했다.

2019년에는 캐나다 여자국가대표팀의 코치직을 수행하며 팀 사상 최초로 발리볼네이션리그(VNL) 참가 자격을 획득하고, 2022년 캐나다 남자국가대표팀의 코치직을 수행하며 FIVB 랭킹 16위로 올라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트린지 감독을 두고 “수많은 국제 경기 경험과 여러 배구팀의 코칭 및 감독 경력을 통해 높은 명성을 쌓아왔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코칭 시스템으로 소속팀의 성과를 개선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 힘과 활력을 더하고 팀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확신한다”라고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도 새로운 감독 선임과 함께 의욕적으로 2023-24시즌을 준비했다. FA 최대어이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캡틴 박정아를 3년 총액 23억 2500만원에 영입했고,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라는 부상만 없으면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외인도 데려왔다. 알짜배기 자원 채선아도 영입했다.

그러나 트린지 감독은 한국 무대 적응에 실패했다. 개막 두 경기 만에 홈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2로 잡고, 2라운드 첫 경기 GS칼텍스전에서 3-2 승리를 가져오며 파란을 일으키는듯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지난해 11월 15일 도로공사전부터 지난 20일 흥국생명전까지 모두 패하며 23연패 불명예 기록을 썼었다. 23일 도로공사전에서 연패를 탈출했지만 더 이상 팀과 동행하는 건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팀 내에서는 괴롭힘 의혹까지 터졌다. 그리고 해당 선수가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으로 밝혀졌다. KOVO는 오지영에게 선수 자격정지 1년을 내렸고,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방출 조치를 했다.

오지영. 사진=KOVO 제공

앞서 지난 27일 한국배구연맹(KOVO) 대회의실에서 페퍼저축은행 오지영의 팀내 후배 선수에 대한 괴롭힘 의혹에 관한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상벌위원회는 “오지영 및 피해자로 지목되었던 선수를 재출석 시킨 것을 비롯하여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도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구단의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만전을 기하였다. 그 결과, 오지영 선수의 팀 동료에 대한 괴롭힘-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하였고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므로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기로 하였다.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 오지영 선수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하였다”라고 전했다.

지난 23일 1차 상벌위원회가 열렸으나 서로의 주장이 엇갈려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27일 오전 9시 재개최를 했는데, 상벌위원회는 오지영이 괴롭힘 및 인권침해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진=KOVO 제공

이장호 KOVO 상벌위원회 위원장은 “선수 나이 등을 봤을 때 어쩌면 제명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고 특히 스포츠계에서 이러한 인권 침해 사례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구단과 연맹의 역할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상벌위원회의 징계 소식이 전해진 후, 페퍼저축은행은 곧바로 오지영과 계약 해지 소식을 전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먼저 구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페퍼저축은행을 아껴 주시는 팬 여러분과 한국배구연맹 그리고 배구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페퍼저축은행은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 후,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하고 배구연맹에 이를 신고하였습니다. 상벌위원회 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금일부로 오지영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구단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경수 감독대행. 사진=김영구 기자

나아가 페퍼저축은행은 조 트린지 감독 해임을 28일 정식으로 발표하면서 구단의 분위기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세 시즌 만에 벌써 세 명의 감독을 떠나 보냈다. 초대 감독 김형실 감독이 2022-23시즌 중반 자진사퇴했고, 이후 온 아헨 킴 감독은 V-리그 데뷔전도 치르지 않고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여기에 트린지 감독도 결국 실패의 쓴맛을 보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당분간 이경수 수석코치가 팀을 지휘한다. 벌써 세 번째 감독대행이다. 2020-21시즌 KB손해보험 코치로 있을 때 이상렬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직을 맡은 바 있다. 또 지난 시즌에도 김형실 감독 자진사퇴 후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이경수 감독대행이 간신히 연패를 끊은 페퍼저축은행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잔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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