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앞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슈퍼스타는 부상 징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예열 중인 걸까? 뭐가 됐든 아직은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후 7시 열린 2024 MLB 월드투어 스페셜 게임에서 맥스 먼시의 맹타와 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5-2로 승리했다. KBO리그 젊은 스타들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상대로 다저스는 안정적인 투타 전력 밸런스를 과시하며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전날인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키움 히어로즈와 스페셜 게임에서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장단 17안타를 몰아쳐 14-3으로 승리한데 이어 팀코리아와의 경기서는 좋은 마운드 전력을 보여줬다.
다만, 기대감이 컸던 오타니는 전날 키움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에게 2연속 삼진을 당한데 이어 이날은 3연타석 범타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스페셜게임 2경기 5타석 5타수 무안타의 아쉬운 결과.
특히 이날 최근 비밀리에 결혼을 한 이후 서울시리즈를 통해 공개된 아내 다나카 마미코씨도 응원석에서 오타니를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계속해서 잡히면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나카 씨는 일본 지인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오타니를 응원했지만, 타석마다 결과가 나오지 않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8일에도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전날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1회 말 다저스의 첫 타자 무키 베츠가 곽빈과의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출루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후속 타자 오타니가 무사 1루 상황 타석에 섰다. 초구 몸쪽 95마일 빠른 공에 헛스윙을 한 오타니는 2구째 95마일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에 파울을 기록했다.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서 3구째 높은 공을 골라냈다. 그 사이 베츠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건드려 3루 방향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다저스가 1-2로 뒤진 3회 말 베츠의 볼넷으로 무사 1루의 이닝 선두타자 출루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후속 타자로 오타니가 두 번째 타석에 섰다. 팀코리아의 투수는 좌완 이의리였다. 하지만 이의리의 초구 볼을 골라낸 오타니는 이후 2구째 몸쪽 90마일 싱커를 때려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이번에는 모처럼 타구가 떴지만 제대로 맞지 못하면서 힘없이 좌익수에게 잡혔다.
하지만 후속 타석에 들어선 프리먼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1사 1,2루의 기회를 다시 이어갔다.
다저스가 1-2로 뒤진 3회말. 오타니의 두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대표팀 마운드에는 좌완 투수 이의리가 있었다. 이의리를 상대한 오타니는 초구 볼 이후 2구째 몸쪽 싱커를 공략해 공을 높이 띄웠지만 좌익수에게 잡히는 평범한 플라이에 그쳤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프리먼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1사 1,2루의 기회를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후속 타자 스미스가 우중간 방면의 2루타를 때렸고 베츠에 이어 프리먼까지 홈을 파고들었다. 팀 코리아의 중계 플레이는 완벽하게 이뤄졌지만 프리먼은 센스 있는 베이스 러닝으로 간발의 차이로 홈을 먼저 파고들었다. 스코어 3-2 역전. 이어 먼시가 1사 2루서 우측 펜스를 맞히는 추가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면서 4-2로 점수 차를 더 벌렸다.
상대적으로 다른 타격감이 좋은 다저스의 타자와 비교해 오타니의 성급한 타석에서의 접근과 부진이 더 두드러진 3회였다.
오타니는 전날과 달리 한 타석을 더 소화했다. 하지만 4회 말 3번째 타석의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1사 후 럭스가 우측 내야를 꿰뚫는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후속 타자 베츠가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이날 3번째 타석에 선 오타니는 적극적으로 초구를 공략했지만 2루수 땅볼로 순식간에 아웃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세 타석을 소화한 오타니는 대타와 교체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스페셜 경기 2경기 도합 5타석 5타수 무안타 2삼진의 아쉬운 경기 내용이다.
전날인 17일에도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오타니는 2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먼저 1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후라도를 처음 상대했다. 그리고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147km 싱커에 헛스윙을 했다.
3-0으로 다저스가 앞서가기 시작한 2회 초 1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서서도 146.8km 패스트볼에 배트가 벗겨질 정도로 큰 헛스윙 끝에 삼진을 당했다.
좀처럼 저만큼 타이밍이 맞지 않는 삼진이 많지 않은 오타니였던만큼 아쉬웠던 내용이다.
이처럼 2경기 연속 체면을 구긴 오타니에 대해 몇 가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 실제 17일 경기 도중 오타니는 타석에서 스윙을 하다 허리 통증을 느낀 듯 표정이 구겨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 영향인지 18일까지도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심리적인 부담일 가능성도 있다. 그간 사생활을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쳤던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자신의 아내 다나카씨를 공개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다나카씨와 행복한 모습을 비춘 오타니에 전세계적인 미디어의 관심이 쏟아졌다. 오타니 역시 이 관심을 즐기며 밝은 태도로 서울시리즈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별개로 오타니 입장에선 아내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제 시리즈. 특히 모국인 일본과 바로 인접한 한국에서 많은 원정 일본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치르는 낯선 나라 프로팀과의 경기였기에 심리적으로는 충분히 긴장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단, 2경기서 침묵했는데도 이 정도로 화제다. 오타니의 낯선(?) 부진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오는 20일~21일 양일간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LA 다저스의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