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매섭게 돌풍을 일으키던 ‘독수리 군단’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들은 과연 이번 주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비시즌 기간 류현진을 비롯해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등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품은 한화는 올해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혔다. 이 4명의 선수들이 출중한 실력을 보유한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경험으로 선수단의 구심점이 돼 줄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한화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폭주를 이어갔다. LG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을 1승 1패로 마무리 한 뒤 SSG랜더스와의 원정 3연전 및 KT위즈와의 홈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7승 1패를 기록했다. 한화가 개막전 포함 8경기에서 7승 1패를 거둔 것은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시절이던 1992년 이후 32년 만이었다.
다만 지난 주는 좋지 못했다.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절대적인 존재감을 지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마저 무너진 까닭이다.
먼저 한화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을 1승 1패(3일 경기 우천 순연)로 마쳤다. 2일 경기에서 타선이 선발투수 나균안을 비롯한 상대 투수진에 꽁꽁 묶이며 0-1로 패했지만, 4일 펼쳐진 경기에서는 요나단 페라자(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채은성(4타수 2안타 1타점), 노시환(3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등의 활약에 힘입어 6-5로 설욕에 성공했다. 투수진도 선발 문동주(5이닝 4실점)가 주춤했지만, 뒤이은 김범수(1이닝 무실점)-주현상(1이닝 무실점)-한승혁(1이닝 무실점)-박상원(0.1이닝 1실점)-이민우(0.2이닝 무실점) 등 불펜진들이 연이어 쾌투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이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이어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 한화는 1차전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내세웠다. 2006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2012년까지 KBO리그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써냈고, 2013~202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올린 류현진은 명실상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다.
KBO리그 복귀 후 승리 없이 1패만을 안고 있었던 류현진은 당초 4일 대전 롯데전에 출격할 예정이었으나, 3일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됐고, 본인도 하루 더 쉬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이날 경기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던 류현진은 5회말 들어 키움 타선에 7연속 안타를 내주는 등 집중 공략을 당했다. 최종 성적은 4.1이닝 9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9실점.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9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최다 자책점 기록은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온 8점이었다.
한화가 결국 7-11로 패함에 따라 류현진은 KBO 통산 54패째를 떠안게 됐다. 투구 수 70구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제구 및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점이 그의 부진에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공교롭게도 70구 이후 몰리는 공이 급증하는 현상이 보인다”며 “보통 대다수 투수는 정규시즌 초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서 경기를 치르면서 투구 수를 늘리곤 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정규시즌 개막을 빨리했다. 다음 경기부터는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악몽은 계속됐다.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우완 외국인 에이스 펠릭스 페냐가 3이닝 4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 4자책점으로 흔들렸다. 뒤이은 황준서(2이닝 무실점)-김서현(1이닝 무실점)-김범수(0이닝 1실점)-이민우(1이닝 무실점)-박상원(1이닝 무실점)이 잘 던졌고, 타선도 끝까지 분투했지만, 결국 6-7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9회초 2득점하며 1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1사 1, 2루에서 문현빈이 2루수 병살타로 돌아서며 아쉬움을 삼켰다.
3차전에서도 한화는 반등하지 못했다. 선발투수 김민우의 역투(7이닝 3실점)와 문현빈(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노시환(6타수 4안타)의 맹타 등으로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쳤으나,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이 선두타자 김혜성에게 우월 끝내기 솔로포를 맞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렇게 지난 주 1승 4패라는 만족하지 못할 성적표를 받아든 한화.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순위는 어느덧 공동 4위(8승 5패)까지 떨어졌다. 단 아직 크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크게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황준서, 문현빈 등 신인 선수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한화는 이번 주 서울 잠실야구장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각각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벌인다. 과연 한화가 두산과 KIA를 상대로 반등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한편 키움에게 혼쭐이 난 류현진은 로테이션상 두산과의 3연전 중 한 경기에 출격할 전망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