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유도 무제한급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부드러운 것이 오히려 능히 굳센 것을 이긴다(柔能制剛)’라는 전통적인 이상은 몸무게 상한선이 없는 체급과 차별화가 쉽지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한계 없이 운영하는 세계유도선수권 남자부 체중 기준은 ▲1965년 +80㎏ ▲1967~1975년 +93㎏ ▲1979~1997년 +95㎏를 거쳐 △1999년부터 +100㎏이다. 1985년 조용철(63)이 대한민국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리스트였다.
김민종(24·양평군청)은 이런 한국 스포츠 역사를 39년 만에 바꿨다. 5월2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월드챔피언십 +100㎏ 정상을 차지했다.
△하계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루카시 크르팔레크(34·체코) △2018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구람 투시슈빌리(29·조지아) △2022년 유럽유도연맹(EJU) 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유르 스페이커르스(27·네덜란드)를 모두 꺾은 것도 인상적이다.
한국체육대학교 여자유도부 안철웅(42) 주짓수 강사는 2008년 제29회 중국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남자 –73㎏ 상비군 출신이다. 김민종의 서울특별시 송파구 보성중고등학교 선배다.
안철웅 강사는 “가끔 모교 보성고등학교 유도부 훈련을 도와줬다. 그러다 언젠가 덩치가 엄청 큰 아이를 봤다. 보성중학교 유도부에 영입되어 입학을 앞둔 서울마장초등학교 6학년 김민종이었다”며 추억했다.
김민종은 2016년 아시아유도연맹(JUA) 18세 이하 선수권 및 2017년 U-18 월드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했다. 두 대회 연속 +90㎏ 우승으로 체중 상한 없는 체급의 한국 최고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안철웅 강사는 “보성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자유대련이나 굳히기를 같이 해줬다. 그러다 보성고등학교 진학 시점부터 체격이 더욱 커지고 힘이 압도적으로 좋아지면서 연습 상대가 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며 김민종이 세계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을 무렵을 떠올렸다.
김민종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제친 루카시 크르팔레크는 2016년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100㎏ 및 2021년 제32회 일본 도쿄올림픽 +100㎏ 금메달리스트, 구람 투시슈빌리는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2024년 제33회 프랑스 파리올림픽 남자유도 +100㎏는 한국시간 8월3일 열린다. 안철웅 강사는 “월드챔피언십 왕좌 등극 후 73일 만에 출전이다. 남은 두어 달 동안 부담은 내려놓고 부상은 없이 잘 준비하면 좋겠다”며 후배 김민종한테 진심 어린 당부를 전했다.
직전 대회 금·은메달리스트를 제압한 만큼 기대는 매우 커졌다. 그러나 파리올림픽에서 홈 이점까지 누릴 테디 리네르(35·프랑스)는 김민종한테 가장 큰 걸림돌로 손꼽힌다.
테디 리네르는 2017년 세계선수권을 통해 ‘남자유도 마지막 무제한급 월드챔피언십 우승자’가 됐다. 2012·2016년 제30·31회 올림픽 +100㎏을 비롯하여 유럽선수권까지 성인 메이저대회만 18차례 제패했다.
물론 2019·2022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종 역시 10대 후반부터 월드클래스였다. 안철웅 강사는 “2024 월드챔피언십을 통해 아무리 높은 벽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테디 리네르 역시 잘 분석하여 승리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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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