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강원 FC의 동계훈련이 한창인 때였다. 반가운 손님이 강원 전지 훈련장을 찾았다. 윤정환 감독의 스승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었다.
윤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고민하지 않았다.
윤 감독은 “제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해 주신 분은 니폼니시 감독님이었다”며 “저를 중심으로 축구할 수 있게끔 해주셨던 감사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중심으로 전술을 짰다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다. 니폼니시 감독님은 ‘축구를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다. 축구의 재미를 알게 해주신 분”이라고 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애제자였던 윤 감독이 이끄는 강원이 튀르키예에서 전지훈련 중이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니폼니시 감독은 3박 4일 동안 강원의 연습경기를 관전했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윤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이 생각날 때면 종종 안부를 묻곤 한다.
윤 감독은 “일대일 소통은 조금 어렵다”며 웃은 뒤 “우즈베키스탄 한인 회장으로 니폼니시 감독의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이어 “그분이 우즈베크 한인 회장을 하시면서 니폼니시 감독과 수시로 연락하신다. 저를 비롯한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들은 우즈베크 한인 회장님을 통해 스승께 안부 인사를 드리곤 한다”고 했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1 24경기에서 12승 5무 7패(승점 41점)를 기록하고 있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4위로 단독 선두 포항 스틸러스를 승점 3점 차 추격 중이다.
강원은 윤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 첫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K리그1에 잔류한 팀이라곤 볼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이다.
윤 감독은 기회가 닿는다면 니폼니시 감독을 강원 홈경기에 초대하고자 한다.
윤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님을 한 번 모실까 생각 중”이라며 “김기동 FC 서울 감독에게도 얘기를 한 번 하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둘 다 분위기가 좋을 때 모시면 뜻깊지 않겠나. 니폼니시 감독님이 감독으로 성장한 두 제자를 보면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유공 코끼리 축구단을 이끌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유공에 몸담았던 윤 감독을 팀 핵심으로 활용하며 축구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한 지도자다. 김기동 감독도 당시 니폼니시 감독의 총애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윤 감독은 2월 니폼니시 감독과의 만남에서 양민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사실도 알렸다.
윤 감독은 “(양)민혁이가 훈련하고 연습경기에서 뛰는 걸 보셨다”면서 “니폼니시 감독님이 민혁이를 보시더니 ‘쟤는 잘될 거다. 물건이네’라고 하셨다”고 했다.
니폼니시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은 여전했다. 양민혁은 윤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등에 업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릉제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양민혁은 올 시즌 K리그1 24경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고교생이지만 올 시즌 K리그1 최고의 공격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맹활약이다.
니폼니시 감독이 그러했듯이 윤 감독이 양민혁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낸 결과다. 축구계는 고교생인 양민혁에게 꾸준한 기회를 부여한 것만으로 윤 감독의 안목과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