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산(25·김천상무)에겐 참 안 풀리는 날이었다.
8월 25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과 대전하나시티즌의 맞대결이었다. 김강산은 이날 김천의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전반 7분. 김강산이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김강산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골대 맞고 나온 공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번엔 대전 수문장 이창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22분. 김강산이 대전 측면 미드필더 켈빈의 공을 빼앗았다. 김강산은 빠른 드리블로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한 뒤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또다시 골대를 맞췄다.
김천이 2-1로 앞선 후반 34분이었다. 김강산이 김봉수의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 문전으로 침투했다. 김강산의 헤더가 또 골대를 맞췄다.
김천은 이날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대전에 후반 25분과 추가 시간 연속골을 헌납하면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김천. 가장 아쉬운 이는 김강산이었다.
김강산은 “전반전엔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며 “그 경기력을 후반전까지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강산은 이어 골대를 세 번이나 맞춘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나는 슈팅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포지션이 아니다. 본래 중앙 수비수다. 김천에 와서 오른쪽 풀백이란 새로운 포지션을 경험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골대 안쪽으로 차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상대의 공을 빼앗아서 기회를 만들었다. 골키퍼가 먼저 움직이는 것 같아서 골대를 보고 강하게 때렸다. 또 골대를 맞더라.
마지막엔 코치께서 말씀 주신 대로 움직여서 기회를 잡았다. ‘골이다’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또 골대를 맞고 나오더라.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 나 때문에 승점 3점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골대란 걸 맞춰본 적이 없었다. 더 열심히 땀 흘려야 할 것 같다.”
김강산은 2020시즌 부천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김강산은 2020시즌 K리그2 20경기에 출전했다. 프로 3년 차인 2022시즌엔 K리그2 37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바지했다. 김강산은 이 시즌 활약을 발판으로 K리그1 대구 FC로 이적했다.
김강산은 K리그1에서도 준수한 경기력을 뽐냈다. 2023시즌 K리그1 25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2024시즌 전반기엔 K리그1 9경기를 소화한 뒤 입대했다. 김강산은 4월 29일 입대해 김천에서 군 복무 중이다.
김강산은 대구에 있을 때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중앙 수비수가 제 포지션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오른쪽 풀백 등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강산이 K리그2에서 시작해 K리그1 수준급 수비 자원으로 올라선 이유 중 하나다.
김강산은 성장을 갈망한다. 김강산은 “김천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며 “정정용 감독께선 현대 축구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유럽 축구를 자주 챙겨보신다”고 말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면 직선적인 움직임, 크로스 정확도 등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모르는 게 있으면 주변 동료들에게도 물어본다. 김천이 좋은 게 동료들이 하나같이 수준급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훈련할 때의 느낌을 받는다. 우린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서든 경기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
동료들의 볼 터치,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정정용 감독께서도 말씀하신다. ‘우리의 스파링 파트너는 어떤 팀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수준급 팀’이라고. 그 말이 맞다. 보통 1, 2군이 나누어져 있지 않나. 우린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모여있다. 그러다 보니 1, 2군의 차이가 거의 없다.”
김강산이 성장을 갈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김천의 우승 도전에 더 큰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김천은 올 시즌 K리그1 28경기에서 13승 8무 7패(승점 47점)를 기록 중이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4위로 단독 선두 강원 FC를 승점 3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김강산은 “지금보다 더 잘해야 팀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나뿐 아니라 김천 모든 구성원이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현재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린 매 경기 결승전이란 각오로 준비한다. 우리가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을 표방하고 있다. 나는 마누엘 아칸지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있다. 맨시티처럼 상대를 압도하고 승점을 챙길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나부터 더 노력하겠다. 다음번엔 골대가 아니라 골망을 갈라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다.” 김강산의 말이다.
김천은 9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을 벌인다. 김강산이 제주전에서 대전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