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필승조에 완벽히 안착하고 싶다.”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김서현(한화 이글스)의 시선은 필승조로 향해 있었다.
김서현을 비롯한 한화 선수단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했다. 다음 달 19일까지 멜버른에서 캠프를 소화하는 이들은 이후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연습경기 위주로 꾸려진 2차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김서현은 불 같은 강속구를 자랑하는 우완 투수다. 많은 잠재력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데뷔시즌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경기(22.1이닝)에 나섰으나,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그친 것. 22.1이닝을 소화할 동안 무려 30개의 사사구를 남발할 정도로 불안했던 제구가 원인이었다.
지난해 초반에도 김서현은 기나긴 성장통을 앓았다. 투구 폼을 바꾸는 등 부단히 노력했지만, 좀처럼 자신의 것을 정립하지 못했다. 그렇게 김서현은 한화의 ‘아픈 손가락’이 되는 듯 했다.
다행히 김서현에게는 김경문 감독 및 양상문 코치가 있었다. 두 사람의 전폭 지지를 받은 김서현은 서서히 반등했고, 그 결과 한층 좋은 투구를 선보일 수 있었다. 2024시즌 성적은 37경기(38.1이닝) 출전에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이었다.
출국 전 만난 김서현은 “마음가짐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면서 “작년에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초반에 좋지 않았다. 올해는 초반부터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출발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비시즌 때 밸런스 운동 위주로 많이 했다. 투구 폼 이야기가 더 이상 안 들릴 정도로 최대한 정립하려 했다. 체지방도 많이 빼기 위해 노력했다. 살을 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 상태에 별 이상은 없다”며 “(스프링캠프 가서도) 밸런스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려 한다. (비시즌에 개인 운동 했던 것과) 똑같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후반기 활약을 인정받은 김서현은 시즌이 끝난 뒤 펼쳐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아쉽게 대표팀은 목표했던 슈퍼라운드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김서현은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한국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4경기에 출격한 그는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상대 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당시 최일언 투수코치(현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 감독)와 고영표(KT위즈)는 김서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서현은 “자신감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다. 올 시즌 할 때는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일언 당시 코치님이 밸런스, 중심 이동에 대해 알려주셨다. 스프링캠프 때도 중점적으로 많이 하면 밸런스는 작년보다 일정해 질 것이다. 체인지업 구사에 관해서도 조언해주셨는데, 비시즌 많이 연습했다. 조금씩 (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제외한) 다른 변화구도 연습해보고 있다. 스프링캠프 가서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등 번호도 바꿨다. 김서현은 지난 두 시즌 간 달았던 54번 대신 44번을 달고 마운드에 선다. 44번은 김서현의 친형인 김지현(전 SSG랜더스)의 번호였다.
김서현은 “저도 처음 달아보는 번호”라며 “54번을 쓰면서 풀 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어 바꿨다. 제 친형 번호를 단 거라 좀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구속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구속 빠르다고 변화구를 못 던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구를 쓰면서 재미도 많이 봤다. 올 시즌에는 패스트볼만 빠른 투수가 아니라 패스트볼이 빠르면서 변화구 제구도 되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층 단단해질 모습을 약속했다.
끝으로 김서현은 “마무리 투수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가 (주)현상 선배에게 미치지 못한다”며 “작년보다는 좀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작년 후반에는 필승조에 살짝 자리잡았다. 올해에는 좀 더 잘해서 완벽히 필승조에 안착하고 싶다. 항상 중요할 때 나가 막는 그런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인천국제공항=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