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상무는 2024시즌 K리그1 3위를 기록했다.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상무는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김천의 돌풍을 이끈 이는 정정용 감독이다. 정 감독은 2023년 6월부터 김천을 이끌고 있다. 정 감독은 김천이 K리그2 6위에 머물러 있을 때 지휘봉을 잡았다. 정 감독은 2023시즌 K리그2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궜다. 정 감독이 K리그1을 처음 경험한 2024시즌엔 울산 HD, 강원 FC와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다.
김천은 2월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로 2025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13일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만났던 정 감독의 이야기다.
Q. 김천이 16일 전북을 상대로 올 시즌 K리그1 개막전을 치릅니다.
큰일입니다(웃음). 너무 많이 쉬었어요. 우리가 베트남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잖아요. 훈련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훈련지 그라운드 사정이 너무 안 좋았어요.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땅이었죠. 2차 땐 전라남도 목포로 향했는데 눈이 엄청나게 오더라고요.
Q.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겁니까.
어떤 감독도 100% 만족하진 않을 거예요. 우린 진심으로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 아닙니까. 프로에서 남는 건 결과뿐입니다. 뚜껑을 열었을 때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니만큼 주어진 상황에서 잘 해봐야죠.
Q. 정정용 감독이 K리그1을 경험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며 상무가 K리그에 참가한 이래로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축구계에선 올 시즌도 정정용 감독을 향한 기대가 큽니다.
제가 K리그1이 처음이었잖아요. 작년엔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습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올해는 K리그1 2년 차입니다. 지난해 경험이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Q. 김천이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올 시즌 김천을 상대하는 팀들은 더 분석하고 나오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그렇게 나온다면, 우릴 높게 평가해 준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감사한 일이죠. 제 생각엔 우릴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하진 않을 거예요(웃음). 김천을 상대하는 팀들이 울산이나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처럼 내려서서 하진 않을 거란 거죠. 분석은 상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도 철저히 분석합니다. 상대의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겠습니다.
덧붙여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하는 걸 할 겁니다.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그라운드 위에서 내보일 수 있도록 선수들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김천이란 팀의 특성상 올해도 시즌 중 큰 변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K리그1을 경험했잖아요.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올해 계획을 짤 때부터 준비를 해놨어요. 다만, 지난 시즌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우린 지난 시즌 중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우리가 해왔던 축구를 밀고 나갔어요. 선수 구성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죠. 오판이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새로운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죠. 새로운 전술을 짠 겁니다. 우리가 지난 시즌 후반기 다시 한 번 반등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어요. 저는 ‘이걸 해야만 해’라고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팀을 좀 더 유연하게 이끌어보려고 합니다.
Q. 김천은 올 시즌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2로 내려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천시와 연고 협약 기간을 1년 연장하면서, 올 시즌 성적에 따라서 내년까진 K리그1에 머물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만약 우리가 올 시즌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2로 내려가야 했다면, 지난 시즌과 같은 도전적인 축구는 어려웠을 거예요. 올 시즌 전반기 주축으로 뛸 선수들은 시즌 중 전역하니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단, 올 시즌 후반기 중심에서 뛰어줘야 할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었어요.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2로 강등된다면, 팀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당장은 올 시즌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떤 팀을 만나든 우리 축구를 펼치면서 부딪혀 보겠습니다.
Q. 김천의 올 시즌 홈 개막전이 3월 16일에서야 열립니다. 올 시즌 K리그1 5라운드예요. 개막전 포함 4경기를 원정에서 치르는데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까.
솔직히 안 좋죠.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위해선 홈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우린 홈 승률이 높거든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원정 4연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홈 개막전을 치른다면, 지난해 못지않은 시즌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요. 주어진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Q. 개막이 그 어느 해보다 빠릅니다.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 같습니까.
어떤 팀이든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경기장 잔디가 너무 딱딱합니다. 기온, 바람, 눈 등의 변수도 많죠. 더 어려운 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란 거예요. 눈앞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즌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잘해야죠.
Q. 2025시즌 목표는 무엇입니까.
딱 작년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시즌 팀 성적만큼 보람찼던 게 선수들의 성장이었습니다. 김천에서 한층 더 성장해 전역하는 선수가 많았어요. 또 좋은 성과를 내면서 팬도 많이 늘어났죠. 제가 선수들에게 “작년만큼만 하라”고 이야기한 이유입니다. 그럼 선수들은 계속 성장하고, 팬은 더 늘어나지 않겠습니까(웃음).
[서대문=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