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신작 ‘미키17’로 돌아온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MICKEY17) 내한 기자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봉준호 감독과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이날 작품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나오미 애키는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 온 게 처음이다. 정말 오래 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감독님과 함께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인사했다.
‘미키 17’로 10년 만에 한국땅을 밟은 마크 러팔로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너무나 기쁘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있다는 것, 위대한 감독님 중에 한 분인데 동료분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이렇게 기자간담회에, 봉 감독님 고국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연도 “이렇게 좋은 자리에 훌륭한 동료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미 출간 소설인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 7’의 축약본을 받아 본 봉준호 감독은 복제인간과는 또 다른, 인간을 종이처럼 프린트해서 찍어낸다는 독특한 발상에 바로 끌렸다. ‘프린트한다’라는 표현에서부터 이미 주인공이 처한 상황의 비극적인 요소가 느껴진다고 생각한 그는 주인공 ‘미키’를 원작보다 더 평범한 일종의 루저로 만들었다. 휴먼 프린팅이라는 발상을 토대로, 평범하다 못해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도 없고, 평생 인정받아 본 적이 없기에 자신감도 없고 죽음조차 순순히 받아들이는 ‘미키 17’이, 자신과는 달리 ‘왜’라는 의문을 품고 시스템에 도전하려는 ‘미키 18’을 만나 진짜 자신을 찾게 되고, 마침내 인류를 구하는 여정을 통해, 힘이 없지만 예상치 못하게 영웅이 되는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형적인 SF 장르의 결과 성격을 비껴가며 인간 군상의 모습을 압축적이고 새롭게 보여줘야 하는 ‘미키 17’에서는 무엇보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완성해 줄 배우들의 존재가 중요했다. 이번 신작에는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이 함께 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성격이 이상하다 보니 사람을 볼 때도 자꾸 이상한 면만 보게 된다. 어느 한구석에 뭔가가 다른 그 사람의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집착이 생긴다. 마크 러팔로가 한 번도 악당 역할을 하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첫 번째 기회가 저에게 왔다는 게 신나고 기뻐서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왜 나에게’ 하면서 낯설어했다. 독재자 역할인데 독재가 들의 위험한 매력이 있다. 독재자의 기묘한 매력이 있다. 위험한 것이지만 그걸 마크가 잘해줄 거라고 믿었다. 마샬도 이상한 귀여움이 있다. 그걸 마크가 잘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재자로 엄청난 소리를 해주면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나오미 애키도 역사적인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서 총과 칼이 아니라 목소리로 제압해버리는 그 에너지를 가진 나오미 배우를 알아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스티븐 연은 ‘옥자’ 때 이미 호흡을 했는데 ‘미키 17’이 가진 톤은 스티븐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다. 스티븐 연이 맡은 캐릭터가 일반적인 SF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닌데 그걸 실감나게 연기해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이 돼 같이하게 됐다. 모든 분들이 제가 생각한 이상의 것을 해주어서 제가 더 감사하고 행운이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극중 마크 러팔로는 악당이자 독재자인 ‘케네스 마셜’로 연기 인생 처음으로 빌런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리듬과 독특한 말투와 행동거지로 압제자지만 코믹한 ‘케네스 마셜’의 존재감을 완성한다.
그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놀랐다. 이 배역이 나에게 주어진 게 맞나 싶었다. 결국에는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저를 생각하고 저를 의심하고 있을 때 저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연기를 해보고 만족을 할 수는 없다. 제가 봤을 때 미완성적인 게 보이고 더 잘했으면 좋을텐데하는 게 보이지만 결국에는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겁도 난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응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취지에 맞게 연기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순박하고 착한 ‘미키’와 달리 유능한 요원이자 용감하고, 액션도 불사하는 ‘미키’의 여자친구 ‘나샤’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2로 영국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나오미 애키가 연기한다. 흔히 보던 남녀 관계와 달리, 덜 떨어진 ‘미키’를 지켜주고, ‘미키’에게 수작 거는 인간들을 대신 응징하며, ‘미키’보다 훨씬 강인한 ‘나샤’를 멋지게 소화한 나오미 애키는 둘의 사랑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나오미 애키는 “저를 자유롭게 했던 역할이었다. 캐릭터를 보면 진정성 있고 진실한 사람이다. 캐릭터를 보게 되면 다른 캐릭터를 보면 비밀이 있고 그렇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캐릭터다. 현실화하는 작업에서 신이 났다. 항상 어렵고 제 연기를 보면서 흥미롭기는 한데 모든 게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해서 같은 기회를 얻게 된다면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옥자’에 이어 다시 만난 스티븐 연은 깐죽거리고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미키’의 친구 ‘티모’로 ‘미키 17’에 또 다른 인간적인 면을 성공적으로 보탰다. 스티븐 연은 “2년 전에 촬영을 마쳤다. 그래서 아마 다시 한다면 조금 연기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대본을 읽으면 모두가 그를 싫어하는 미움 받는 캐릭터인데 그런데 제가 이제 타인의 어떠한 시각을 무시하면서 살지 못했는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티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 그런 걸 탐구해봤고 전체적으로 재밌는 캐릭터였다. 연기 만족할 수는 없지만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봉 감독님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미키 17’는 단순한 SF 장르만이 아니다. 2054년의 미래,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얼음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또 지금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상상력이 빚어낸 새로운 이야기에 현실과 사회에 대한 풍자와 날 선 비판을 담아 봉준호만의 독창적인 장르를 선보여 왔는데, 8번째 장편 ‘미키 17’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재미가 빛난다.
마크 러팔로는 “‘마크 17’을 보면서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그릇이 작은 독재자들을 오랜 세월 동안 봐오지 않았나. 자기 자신만 알고 이익만 원하는, 자신만 아는 그런 독재자들. 다양한 인물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물이 말을 하게 될 때 말하는 방식이 변화하게 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은 해석을 하길 원한다. 전세계 있는 지도자들, 과거의 있었던 지도자들을 연상하게끔 하고 싶었다. 영화에는 많은 것들이 나오고 있다. 2년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마치 예언자처럼 나오게 된 요소들이 분명히 있는데 사람들이 보게 됐을 때 소름 끼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많은 것이 닮아있다라는 게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봉준호 감독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다양한 정치적 악몽들, 독재자들의 모습들이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의 독재자들을 투사시켜서 보는 것 같다. 그런 걸 융합시켜서 하나의 보편적인 모습을 마크가 잘 표현해준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 그런 목표나 깃발을 들고 만들지는 않는다. ‘미키 17’도 마찬가지다. 프린트에서 출력되고 있는 자기 모습을 봤을 때 어떤 모습일까,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유일한 친구가 자기 앞에서 깐족거리면서 괴롭힐 때 속마음은 어떨지, 이 모습은 어떨지, 위안과 위로는 어떨지,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는 사실 그런 것보다는 틈바구니에서 숨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 ‘미키 17’을 보면서 관객들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특히 그는 “어떤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기를, 개봉하기를 기다리는, 흥분감, 시네마 자체에 가지는 힘이 아닌가 싶다. ‘미키17’은 스페타클한 장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풍부한 뉘앙스의 섬세한 연기들을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그 자체가 스페타클이 되는 모먼트들이 있다. 극장에서 안 보시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동(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