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볼 대표 심판 구본옥·이가을 “열심히, 공정하게 보는 심판으로 기억되고 싶다.”

핸드볼 심판으로서 경력이 많고,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활약하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심판인 구본옥과 이가을. 이들은 핸드볼의 부흥을 목표로 새롭게 출범한 H리그의 초대 심판으로도 그 역할을 빛내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선수들의 투혼과 팬들의 환호가 끝나고 채 열기가 식지 않은 텅 빈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두 심판을 만났다.

최상위 국제 심판으로 자리잡은 구본옥 & 이가을

구본옥 심판(39)은 핸드볼 선수와 코치 출신으로, 2010년에 국내 심판 자격을 취득하며 심판의 길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이석 한국핸드볼연맹 심판부 차장과 함께 국제 심판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부 준결승 심판을 맡으며 세계적인 심판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유일한 아시아 심판으로 활동하며, 핸드볼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했다.

사진 한국을 대표하는 핸드볼 국제 심판 구본옥(왼쪽), 이가을,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역시 핸드볼 선수 출신인 이가을 심판(35)은 선생님이 되려고 교생 실습까지 해놓고 한국에 핸드볼 여자 국제 심판이 없다는 걸 알고 과감하게 진로를 수정했다. 한국 최초이자 최연소 핸드볼 여성 국제 심판인 이가을 심판은 2012년에 국내 심판 자격을 취득한 뒤 2016년 파트너인 이은하 심판과 함께 국제 심판 자격을 얻었다. 2017년 세계 남자 청소년대회에 대한민국 출신 첫 여성 심판이라는 이정표를 남기며, 우리나라 핸드볼 국제 심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구본옥과 이가을 심판은 지난 시즌 새롭게 출범한 H리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핸드볼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가을 심판은 지난 시즌 초대 H리그 심판상을 수상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정확성과 공정성 기하는 H리그

H리그는 핸드볼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핸드볼연맹이 핸드볼 프로화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범한 리그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팬과 관중의 관심이 이전 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두 심판 역시 팬과 함께하는 리그를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으면서 이렇게 달라진 분위기가 심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구본옥 심판은 “H리그가 시작되면서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관중이 많아져 경기 진행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가을 심판도 “SNS 홍보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핸드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핸드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팬들이 늘어나면서 심판의 판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구본옥 심판은 “팬들이 룰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할 경우 더 큰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만큼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경기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핸드볼연맹은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매일 비디오 미팅을 한다. 경기 전에 심판들이 모여서 그 전날 경기를 분석하고 토론한다. 뭐가 잘되고, 잘못됐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분석하는데 이는 심판의 평가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두 심판의 설명이다.

사진 한국을 대표하는 핸드볼 국제 심판 구본옥,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편견, 선입견과도 싸워야 하는 핸드볼 심판

핸드볼은 빠르면서도 격렬한 몸싸움을 하다 보니 보는 위치에 따라 파울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2명의 심판이 다른 각도에서 대부분의 상황은 눈으로 잡아내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 오류를 최소화한다. 핸드볼이 2명의 주심제로 운영되는 건 바로 이런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서로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다 보니 판정을 다르게 할 때도 종종 있다. 이럴 때는 두 명의 심판이 타임아웃을 하고 서로 이견 조율을 통해 협의해 더 맞는 쪽으로 판정한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심판들은 편견 및 선입견과도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제 경기에서도 여자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될 정도로 심판의 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게 핸드볼이다. 비디오 판독이 없던 시절에는 국내 경기에서도 심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기가 종종 있었다.

구본옥 심판은 “감독님들 세대 때는 심판이 경기를 쥐었다 폈다 하는 그런 게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약간 그런 선입견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며 “국내에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이 8명이고, 지도자 심판까지 하면 30명 가까이 되는데 학연, 지연 이런 걸 배제하다 보니 특정 경기에 계속 특정 심판이 들어가니까 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2월부터 외국인 심판이 일부 경기를 맡고 있다. 원래 심판은 파트너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국내 경기에서는 인원이 부족한 데다 공정성을 기하다 보니 파트너 시스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본옥, 이가을 심판은 이런 시선 때문에 국내 경기보다 국제대회가 훨씬 편하다고 털어놨다. 경기 내용은 어렵더라도 다른 시선에 신경 쓸 거 없이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선수들 못지 않게 심판들도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매 경기 심판에 대한 평가를 통해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평점이 낮은 순으로 집으로 돌려보낸다. 선수들 못지 않게 심판들 역시 매 경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평점이 높은 심판들은 준결승과 결승전 심판을 맡게 되는데 가장 정확하고 공정한 심판이었다는 평가이기에 심판에게는 그 자체가 영광이라 할 수 있다. 구본옥, 이가을 심판은 종종 국제대회 메인 경기에서 심판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심판이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가을 심판은 여성이라는 편견과 어린 나이에 심판이 되다 보니 처음에는 항의와 스트레스에 의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국내 첫 여성 심판이자 유일한 여성 심판이기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심판의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신뢰가 쌓여 이제는 국내는 물론 최고의 국제 심판으로 인정받게 됐다.

사진 한국 최초이자 최연소 핸드볼 여성 국제 심판 이가을,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잘 본다는 평가보다 열심히 공정하게 본다는 평가 원해

핸드볼 심판은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빠른 경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체력이 좋아야 하고, 1시간 이상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정신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스포츠 의학 저널인 ASPETAR에 따르면 ‘심판들은 경기 중 평균 4~5km를 이동하며, 일부 상황에서는 최대 20km/h의 속도로 움직인다. 이러한 수치는 핸드볼 선수들의 움직임과 유사한 수준이고, 경기 중 대부분을 중강도의 심박수 구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본옥, 이가을 심판은 이구동성으로 “심판 잘 본다 이런 평가보다는 열심히 공정하게 본다. 그런 평가를 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편파 판정이라는 편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구본옥 심판은 “심판에게 믿고 맡겨 주시면 좋겠다. 하다 보면 솔직히 실수도 나온다. 그런데 그게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 단순 실수다. 일부러 어느 한 팀이 잘 되게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은 중계도 하고, 비디오 판독도 하기 때문에 그런 장난을 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며 실수가 있더라도 편파 판정을 위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런 압박 속에서도 구본옥, 이가을 두 심판은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 심판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남녀 심판의 선구자로서 후배들에게 본보기는 물론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심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배와 후배 심판으로 15년 가까이 서로를 지켜봐 왔기에 서로를 존경하며 협력하고 있다.

구본옥 심판은 이가을 심판에 대해 “첫 여성 심판이라 여자라는 편견이 있었고, 20대 어린 심판이라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무시할 때도 있었는데 그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탑 심판으로 자리 잡은 그녀가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며, 그녀의 강인함과 성실함을 칭찬했다. 이가을 심판도 구본옥 심판에 대해 “경력과 경험이 많은 구본옥 선배는 최고 베테랑으로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기 진행을 잘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핸드볼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직관(직접 관람)이 최고라는 구본옥 심판은 “핸드볼 경기는 빠르고, 다이내믹하며, 몸싸움도 심한 스포츠다. TV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전하며, 팬들에게 경기를 더 잘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규칙을 좀 알고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가을 심판도 “심판은 잘못된 걸 지적하기보다 경기를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며, “핸드볼을 재밌게 보려면 규칙을 알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옥, 이가을 심판은 핸드볼을 더욱더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선수들이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 감독, 관중, 심판 모두가 만족하는 판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심판들이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은 단순히 판정을 내리는 것을 넘어, 핸드볼이라는 스포츠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본옥, 이가을 심판의 이러한 숨은 노력은 H리그의 더 큰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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