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연기됐던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회장의 4선으로 확정됐다.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이번 선거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신문선 명지대초빙교수,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3파전으로 이뤄졌으나 최종적으로 정몽규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전국 시도축구협회장, K리그1 대표이사, 전국연맹 회장 등 대의원 그리고 추첨을 통해 결정된 선수,지도자, 심판 등으로 이뤄진 192명의 선거인단에서 정몽규 회장은 156표를 받았다. 신문선 후보가 11표, 허정무 후보가 15표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득표율로 회장직에 올랐다.
이로써 정몽규 회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제52, 53, 54대에 이어 55대 축구협회장으로 16년간 축구협회를 이끌게 됐다. 4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과거 1993~2009년까지 축구협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 이사장과 함께 역대 최장수 축구협회장이 됐다.
많은 비판 속에서도 정몽규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23년 징계축구인 기습 파면부터 위르겐 클리슨만 전 대표팀 감독 선임,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선임 등 여러 논란으로 인해 이어지는 행정상 난맥으로 비판의 무대에 올랐던 정몽규 회장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대한체육회의 유승민 회장의 당선처럼 축구협회의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바랐던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신문선, 허정무 후보자가 축구인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지 못하며 낙선했다.
정몽규 회장은 당선 후 “이번 겨울 유난히 길고 추웠다. 날씨가 빨리 풀려서 축구계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라며 “축구인들의 높은 참여율을 확인할 수 있던 선거였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약속한 공약을 하나하나 지켜가겠다. 함께 선거에 나섰던 허정무 후보님, 신문선 후보님께도 감사드린다. 더 조언을 듣고 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여러 축구인들을 만나면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경기인들을 만났으나 이번처럼 많은 축구인과 심층적인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축구협회는 서비스 단체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은 해결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해결하겠다”라고 전했다.
4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이지만, 여전히 큰 과제가 남아있다. 정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긴장 관계를 풀어야 하는 상황,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부터 문체부 감사 및 특정 감사까지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두 후보들까지도 공약에 내걸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정몽규 회장은 당선 후 관계 개선에 대해 “어떻게 할지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달 21일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정을 냈으며, 법원이 지난 11일 이를 인용했다.
당시 문체부는 본지와 통화를 통해 “법원이 내린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처분 집행정지 신청 인용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해당 사안들이 검토하고 그에 맞게 대비할 것이다. 우선 집행 정지 인용으로 지난 감사 결과는 보류된 상황. 고등법원에 기각 신청을 내려고 한다”라고 알렸다.
이후 정몽규 회장의 당선 소식을 접한 문체부 관계자는 “여전히 같은 상황이다. 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항고한 상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상황을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만약 고등법원이 문체부의 항고를 받아들인다면 축구협회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고, 본안소송(감사 결과 처분 소송) 또한 성립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축구협회는 지난해 7월 문체부가 감사 결과로 발표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두고 정몽규 회장 및 임직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다만, 문체부 감사 결과 처분에는 강제성이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라고 했으나 꼭 따를 이유는 없다. 본안소송까지 향하지 않는다면 문체부는 감사 결과에 대한 축구협회의 ‘이행 감사’를 실시하게 된다. 어떻게 감사 결과에 대해 조치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법원이 축구협회의 가처분 신청 인용을 유지하게 되면서 본안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경우에는 정몽규 회장이 두 가지의 산을 넘어야 한다. ‘가처분 신청 인용의 근거’와 ‘문체부 감사 결과의 부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문체부 또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해 대응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조계 자문을 구했다. 소송 자체가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더라. 본안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유지되기에 정몽규 회장은 회장직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없다”라며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법적 다툼으로 향할 수 있는 축구협회와 문체부다. 계속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타파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