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3,알란야스포르)에게 2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정래 진현지 안희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황의조의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사건 2심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9월 내려진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이 국민적 응원과 지지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로 양형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이고, 양형기준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질타한 이후 “피해자 의사가 핵심적인 양형사유인데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고인은 용서받지 못했다. 피고인이 당초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또한 검찰은 황의조가 기소된 이후 태도를 바꿔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의조는 2022년 6~9월 4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2명으로 조사됐는데, 1심은 피해자 1명에 대해서만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황의조가 영상 통화 도중 몰래 녹화한 다른 피해자 1명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영상통화 중 촬영한 행위는 전송된 이미지를 촬영한 것이지 사람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 결과 재판부는 지난 2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황의조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황의조는 2월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동시에 사회봉사 200시간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명령도 내려졌다. 황의조 측은 선고 이후 1심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1심에서 내려진 집행유예 이후 황의조가 최근 튀르키예리그 알란야스포르와 연장 계약을 맺은 점 등을 언급하며 재판부의 처분에 울분을 토했다.
24일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측 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메모를 대신 전했다. 피해자 측은 “기사를 보니 피고인이 해외 구단과 재계약을 했고, 이건 1심 집행유예의 결과가 아닌가. 법원이 또 풀어주면 제 커리어나 가족 구성원이 너덜거리게 돼도 피고인은 떳떳하게 살 것이다. 저는 합의같은 건 없다”며 황의조를 강하게 질타했다.
황의조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으로 깊은 반성의 시간을 보냈고, 일부 피해자와는 1심에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면서 “30대 초반의 운동선수인 피고인에게 이번 판결은 향후 인생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고, 원심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국가대표 자격이 사라질 수도 있다. 피고인은 이 재판을 통해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한 황의조 측 변호인은 “이 사건 영상이 제3자에 의해 유포되는 등 피고인도 사생활이 침해된 피해자 성격이 있다는 점을 살펴봐 달라”고도 재판부에 호소했다.
황의조 측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의 지적대로 황의조는 이번 사건 1심 선고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와 별개로 해외리그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는 2013시즌 성남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감바 오사카(일본), FC 지롱댕 드 보르도(프랑스),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 올림피아코스 FC(그리스), FC 서울, 노리치 시티 FC(잉글랜드) 등을 거쳤다. 황의조는 2024년 2월부터 알란야스포르에서 뛰고 있다.
황의조가 임대 신분으로 뛰었던 알란야스포르는 7월 12일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가대표팀 출신 황의조와의 계약을 2년 연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황의조는 알란야스포르의 프리시즌에 일찌감치 합류해 2025-26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24일 재판에서 황의조는 참석해 울먹거리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황의조는 “경솔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축구선수로서 어떠한 잘못도 다시는 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