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27·FC 미트윌란)이 돌아왔다. 무려 1년 3개월, 448일 만이다. 조규성은 길고 험난했던 448일간의 재활 끝 맞이한 복귀전에서부터 존재감을 보였다.
미트윌란은 8월 17일 덴마크 바일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1부) 5라운드 바일레와의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다.
조규성은 후반 추가 시간 아담 북사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규성이 공식전에 나선 건 지난해 5월 27일 실케보르와의 2023-24시즌 최종전 이후 처음이다.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로 변신한 조규성은 북사의 따뜻한 포옹과 응원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규성은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힘차게 뛰어나왔다. 조규성의 모습에선 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본 안도감이 느껴졌다.
조규성이 곧바로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후반 추가 시간 7분이었다. 중원에서 페널티 아크 부근까지 공을 운반한 조규성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버텨내며 페널티 지역 안으로 패스했다. 아주 정확했다. 아랄 심시르가 다시 연결한 공을 다리오 오소리오가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조규성에겐 감격스러운 복귀였다.
조규성의 복귀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규성은 2023년 7월 미트윌란으로 이적하자마자 존재감을 뽐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에서의 첫 시즌(2023-24시즌) 37경기에 나서 13골 4도움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조규성은 2023-24시즌을 마친 뒤 평소 불편했던 무릎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 2024년 5월이었다.
조규성은 최근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3년 12월 아시안컵 시작 전 메니스커스(반월상 연골판) 절제 수술을 해야 했는데, 그걸 안고 6개월을 뛰고 나서 수술하기로 팀과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규성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재활에 열중하던 중이었다.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했다. 수술 부위 감염이었다. 조규성의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었고, 한 달간 병원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조규성은 이 기간 체중이 12kg이나 빠졌고, 하루에 3~4번씩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조규성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조규성은 1년이 넘는 재활 기간을 견뎌내며 몸 상태를 서서히 회복시켜 나갔다. 2024~25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지만, 조규성은 포기하지 않고 복귀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조규성의 그라운드 복귀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 감독과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홍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은 조규성을 대신할 스트라이커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베테랑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 유럽파 오현규(헹크), J리거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떠오르는 골잡이 이호재(포항 스틸러스) 등이 기회를 얻었지만, 대표팀 주전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맞대결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월드컵 본선 1경기에서 2골 이상 기록한 한국인은 조규성이 유일하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이었다.
조규성은 2024년 3월 26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전 이후 약 1년 5개월 동안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조규성은 KFA를 통해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게 현재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규성은 이어 “나도 꿈에 그리는 무대로 가고 싶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잘 준비하겠다. 좋은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뵐 수 있게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448일간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빛을 본 조규성.
조규성에겐 미트윌란에서의 주전 경쟁과 태극마크 탈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영웅이 다시 한 번 한국의 최전방을 책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