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외면했던 남자 잭 그릴리시, 그가 과거 1억 파운드의 남자였던 시절로 돌아왔다.
에버튼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2025-2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황소’ 황희찬의 올 시즌 첫 득점이 있었던 날, 그러나 에버튼은 울버햄튼 안방에서 홈 팬들에게 지옥을 선물했다. 그 중심에는 그릴리시가 있었다.
그릴리시는 이날 멀티 도움을 기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리망 은디아예의 득점에는 기점 역할까지 하며 사실상 에버튼이 기록한 3골에 모두 관여했다.
과거 아스톤 빌라,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서 트레블을 이끌었을 때의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그저 드리블 이후 백패스만 하는 그는 없었다. 매우 공격적이었고 날카로웠으며 창의적이었다.
놀라운 건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다. 그릴리시는 프리미어리그 기준 2023-24, 2024-25시즌 단 2회의 도움만 기록했다. 그러나 에버튼에서는 4경기 만에 벌써 4도움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그릴리시, 본능과 마법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릴리시의 오후가 끝날 무렵, 그는 지쳐 있었다. 그러나 (데이비드)모예스 곁을 지나칠 때 격려를 받은 뒤 미소를 보였다. 그릴리시를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 그는 이 경기를 즐겼고 기분이 좋을 때 보이는 표정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릴리시가 행복한 그때, 에버튼 원정 팬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팬들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선물했고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팬들은 당연히 열광했다”고 덧붙였다.
그릴리시는 “정말 대단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팬들에게서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기뻐했다.
맨시티 시절, 즉 과르디올라가 지휘한 ‘평범한’ 그릴리시는 없었다. 그는 자유로웠고 날카로웠으며 무엇보다 프리미어리그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즐길 줄 알았다. 어쩌면 모예스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 것일 수도 있다.
모예스는 이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다. 모든 건 그릴리시의 정신력 덕분이다. 그는 자신이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제나 무언가 증명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릴리시는 자신이 좋은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지금 보여주고 있다. 그의 경기력은 대단히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선수’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엄청나게 뛰고 있다”고 더했다.
물론 그릴리시가 다시 맨시티 시절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배제할 수는 없다. 그는 빌라에서 성공한 후 1억 파운드의 사나이가 되며 맨시티로 왔으나 두 시즌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에버튼에서의 ‘허니문 효과’가 끝나면 다시 무기력한 그릴리시를 볼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모예스는 “항상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릴리시는 언제나 창의성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건 어느 순간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