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의 빅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홈경기 등판을 가진 좌완 클레이튼 커쇼가 소감을 전했다.
커쇼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 선발 등판, 4 1/3이닝 4피안타 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2실점 기록했다. 팀은 그의 투구에 힘입어 6-3으로 이겼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등판 하루 전 이번 시즌이 마지막임을 예고한 커쇼는 이날 자신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 등판을 가졌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에는 동료들이 그가 혼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만원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멋진 제스처였다”며 경기 시작 때 혼자 마운드에 나간 것에 대해 말했다. “동료들은 지난 며칠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나는 경기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특히 지금 이 시기 우리에게는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특별했다. 모든 하루가 특별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자기 투구 내용에 대해서는 “원했던 것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웃을 잡기 위해 힘들게 싸웠다. 다행히 팀이 승부를 이어갈 수 있게 버텼고 불펜이 잘해줬다. 오타니의 홈런은 엄청났고 벳츠의 홈런도 놀라웠다. 오늘 이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특별한 하루였다”며 말을 이었다.
5회에는 라파엘 데버스를 삼진으로 잡고 역시 기립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약간은 안심이 됐다”며 당시 느꼈던 점을 말했다. “오늘 정말 어렵게 투구했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지 못하며 고전했다. 원하는 곳에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타자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특별했다”며 마무리가 좋았던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18년간 다저스 한 팀에서 뛰었던 그는 “오늘 하룻밤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18년의 추억을 하룻밤에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다. 감정을 다 느낄 수도 없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덜 감정적이었다. 솔직히 어제는 너무 힘들었다. 오늘은 경기에 더 신경 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이보다 더 멋질 수는 없는 하루였다”며 멋진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았지만, 정규시즌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마지막 등판을 가진 그는 “이곳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고, 그렇기에 전혀 의식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지만, 이 세상에서 최고가 된 기분이다. 우리는 오늘 이겼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나도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마지막으로 올랐다. 이보다 더 감사할 수는 없었다”며 소감을 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내 엘렌과 네 명의 자녀를 비롯해 가족 친구, 옛 동료 등 많은 손님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다 적어야 할 거 같다. 이번 시즌 내내, 내 커리어 내내 감사한지 제대로 표현조차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오랜 시간 다저스 선수로 남을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재차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네 명의 자녀에 대해서는 “(첫째 딸) 켈리와 (둘째 아들) 찰리는 분명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4~6살 때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8~10살이면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어서 기쁘다. (셋째 아들) 쿠퍼와 (넷째 아들) 챈스는 기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엘렌이 많은 사진을 찍어놨으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자녀들이 이 순간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다저스타디움이 정말 특별한 장소인 이유는 팬들 덕분”이라며 “매일 5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이곳을 찾아와 우리를 응원해주고 계신다. 그저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우리는 정말 놀라운 선수들로 구성된 그룹이고 올해는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5~6주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존경심도 보냈다. “수년간 멋진 대결을 벌여왔다. 버스터 포지는 여전히 그 팀에 남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가장 떠오르는 이름이다. 여기에 팀 린스컴, 맷 케인 등 수많은 선수와 겨뤄왔다. 정말 좋은 선수단이고, 수년간 이들을 존경심을 갖고 바라봤다. 자이언츠를 상대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한 번 더 이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말을 이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등판은 끝났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다음 일정에 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는 “시애틀에서 한 차례 더 등판이 남아 있다”며 다음 주 시애틀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 때 등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우리 팀에는 지금 선발 투수들이 넘친다. 이들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일단 나는 시애틀 원정에서도 잘 던지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우리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프런트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뭐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할 준비가 돼있다”며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