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점수 많이 낼 거라 생각 못 했다.”
힘겹게 한국시리즈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9-8로 격파했다.
정규리그에서 2위(83승 4무 57패)에 오르며 플레이오프로 직행한 한화는 이로써 한국시리즈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무려 76.5%(26/34) 달한다.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나선 가을무대였지만, 긴장하지 않고 첫 경기에서 승전보를 써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종일관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진 가운데 한화는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가 6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8탈삼진 6실점 5자책점으로 주춤하며 초반 주도권을 삼성에 내줬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5-6으로 끌려가던 6회말 손아섭의 1타점 중전 적시 2루타와 채은성의 2타점 우전 적시타로 단숨에 역전했다. 채은성은 8회말에도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이후 한화는 9회초 마무리 김서현이 2점을 내줬지만, 뒤이어 등판한 김범수가 삼성 타선을 막아내며 소중한 승전보와 마주했다.
15안타 9득점을 올린 타선이 이날 한화의 주된 승인이었다. 그 중에서도 채은성(5타수 3안타 3타점)은 단연 빛났다. 이 밖에 손아섭(4타수 2안타 2타점), 문현빈(4타수 2안타 3타점), 노시환(5타수 3안타 1타점)도 뒤를 든든히 받쳤다.
투수진에서는 폰세의 뒤를 이은 문동주(2이닝 무실점)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고 구속 161.6km를 찍으며 올 시즌 KBO리그 최고 구속을 기록했다. 이후 김서현(0.1이닝 2실점)이 주춤했지만, 김범수(0.2이닝 무실점)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점수 많이 낼 거라 생각 못 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총평해 주신다면.
- 첫 경기라 이 정도로 타선이 터질 거라 생각 못 했다. 활발한 타격이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적시타가 잘 나왔다. 우리 새 구장에서 첫 가을 축제였다. 승리로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Q. 불펜 문동주는 2이닝을 소화했다. 미리 계산하셨는지.
- 야구는 미리 답을 못 내린다. 7회 끊을까 했는데 좋아서 2이닝 맡겼다. (앞으로의 기용 방법은) 투수 코치와 이야기 해봐야 한다. 뒤에서 또 나올 수도 있다. 지금 뭐라 말씀 못 드리겠다.
Q. 김서현이 부진했다. 앞으로의 기용 방법은 어떻게 되나.
- 팀을 생각했을 때 경기가 더 깔끔하게 끝났으면 했다. 김서현이 마무리를 잘 못했다. 이것 또한 지금 다 말씀드리긴 그렇다. (김)서현이 자신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고 팀 승리도 중요하다. 내일 대화를 할 것이다.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코치들과 이야기 해볼 것이다.
Q. 정규시즌이라면 교체 안 하셨을 것 같은데 교체하셨다. 포스트시즌이라 결단을 내리신 것 같은데.
- 정확하다. 에이스는 지면 그래도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가을 축제는 이 기회가 지나면 다음 기회가 없다. 그 부분에 있어 (김)범수가 큰일 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Q. 폰세가 초반에 흔들렸다. 어디까지 기용하실 생각이셨나.
- 공 개수가 많아지고 실점이 많아지면서 5회는 넘겨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5회 넘기면 폰세에게 물어봐 갈 때까지 가려 했다. 다행히 6회까지 던져줬다. 본인은 한 이닝 더 던지겠다 했는데 공 개수가 충분했다. 점수는 많이 줬지만 6회까지 던졌다. 이후 문동주가 7, 8회를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
Q. 폰세와 구자욱이 신경전을 벌였다.
- 타자는 타자 입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올 시즌 끝나고 감독자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투수는 시간 안에 던지는 것이니 뭐라 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타자는 인터벌이 길었다. 미묘한 관계다. 딱히 뭐라 이야기 하기엔 좀 그렇다. 시간을 정했는데 투수는 그 시간 안에 던지면 된다 생각한다. 타자는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Q. 2주간 휴식 기간에도 타선 감이 좋아보였다.
-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쳐줬다. 아무리 연습 경기를 했다 해도 선수들이 집중해서 기대 이상으로 했다. 첫 경기 이렇게 점수 많이 날 거라 생각 못했다. 낮 경기고 점수가 덜 날 거라 예상했는데 그만큼 야구가 어렵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