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 핸드볼팀의 주장 박영준은 말보다 행동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다. 그는 득점보다 수비를, 개인의 기록보다 팀의 변화를 우선시한다.
올 시즌, 인천도시공사는 장인익 감독의 부임과 베테랑 3인의 은퇴, 그리고 주장 박영준의 리더십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박영준은 ‘빠른 핸드볼’이라는 새로운 팀 철학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전국체육대회에서 인천도시공사는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장 감독 부임 3개월 만의 성과였다. 박영준은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선수들이 뭔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동안의 침체를 털어내는 신호탄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영준은 인천 핸드볼의 ‘토박이’다. 부평남초에서 처음 공을 잡았고, 효성중–정석항공과학고–원광대를 거쳐 2016년 인천도시공사에 입단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팀의 흥망을 함께했기에, 지금의 변화는 그에게 남다르다.
박영준은 “고참 세 명이 은퇴하면서 팀이 많이 젊어졌다. 분위기를 새로 만들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주장을 맡으니 책임감이 더 커졌다”라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준은 평소 과묵한 편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가 주장으로 선임된 건 단순히 연차 때문이 아니다. 경기 내내 몸을 던지는 헌신적인 수비와,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태도 덕분이었다.
“주장을 맡으면서 욕심이 많아졌다. 팀을 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새로 오셔서 처음엔 긴장됐는데, 지금은 서로 생각이 잘 맞는다. 빠른 핸드볼을 지향하는 점이 저랑 같아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의 수비형 리더인 박영준은 상대의 주공격 루트를 차단하고, 공을 탈취해 속공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공격 포인트는 많지 않지만, 그는 경기 흐름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균형추’다.
“공격도 하고 싶지만, 팀이 이기려면 수비가 기본이다. 주목받지 못해도 꾸준히 수비를 준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수비가 잘 되면 경기도 재미있어진다.”
그의 말처럼 인천도시공사는 올 시즌 ‘수비에서 시작되는 속공’을 팀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장인익 감독은 공격적인 수비와 빠른 전환 플레이를 강조하며 팀 컬러를 재정립했다. 빠른 핸드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박영준은 “감독님 부임 후 수비가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엔 수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타이밍까지 세밀하게 연습하고 있다. 빠른 핸드볼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이번에 알았다”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박영준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는 이유다. 그는 단순히 ‘막는 선수’가 아니라, 팀 전체의 템포를 끌어올리는 리더로 최근 한국핸드볼연맹이 신설한 ‘수비상’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받고 싶은 상이고 초대 수상자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노려보겠다“라며 수비가 주목받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격은 경기를 이기게 하지만, 수비는 우승을 만든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박영준은 H리그가 출범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관중과 함께하는 리그라는 점을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그는 관중이 많아져 좋다. 홍보도 잘되고, SNS로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도 많다. 팬들이 많이 오면 선수들도 힘이 난다. 체육관에서 직접 보면 핸드볼이 얼마나 빠르고 재미있는지 느끼실 거다”라며 “재미있는 핸드볼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박영준 프로필>
1994. 1. 28
레프트백
부평남초등학교-인천효성중학교-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원광대학교-인천도시공사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