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역사상 가장 위력적이었던 왕조,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선수가 감독으로 맞대결한다.
4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진에어 2025-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 정관장의 경기, 이날 경기는 여자부 하위권 두 팀의 자존심 싸움이자 삼성화재 시절 함께 뛰었던 두 선수, 여오현과 고희진 두 감독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실업 시절인 2000년 합류한 여오현은 2013년 팀을 떠날 때까지 팀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고희진은 이보다 늦은 2003년 삼성화재에 합류, 2016년까지 뛰었다.
둘은 실업리그 시절을 거쳐 V-리그에서만 2005년 원년 우승을 비롯해 일곱 번의 우승을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은 상대 감독으로 만났다.
고희진 감독은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오현 감독 대행과 나는 선수 시절 좋은 추억을 참 많이 쌓았다. 좋은 추억이란 우승을 많이 한 것을 말한다. 그것만큼 더 좋은 추억이 어딨겠는가”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은퇴 이후 삼성화재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을 맡은 뒤 현재는 정관장을 이끌고 있는 그는 “그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또 지금 지도자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라며 말을 이었다.
2024년 김호철 감독을 따라 IBK 수석코치로 합류했던 여오현은 최근 김호철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감독 대행이 됐다.
여 대행은 “고희진 감독은 열정적인 분이다. 선수 시절에도 열정적이고 화이팅 있고 그랬다. 나와 성격이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코트 안에서는 진짜 목소리도 제일 컸다. 고희진 감독도 나도 한 목소리 하는데 그렇게 할 때 추억을 생각해보면, 그때 참 재밌게 배구했다”며 화려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이제 막 감독에 부임한 그는 “한때 추웠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밝아지고 있기에 나도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며 감독 역할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알렸다.
신인 감독인 그는 “고희진 감독님이 경험도 많으시기에 나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오늘 또 재밌는 경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옛 동료와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그렇다면, 감독 선배로서 고희진 감독이 여오현 대행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고 감독은 이를 묻자 “내가 많이 부족하다. 내가 지금은 그런 조언을 할 때는 아닌 거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똑같다. 한 경기 한 경기 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닌 거 같다. 지금은 우리 팀에 신경 쓰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금은 추억에 잠길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감독 선배인 고희진 감독은 겸손함을 유지했지만, 여오현 대행은 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작전 타임이나 이럴 때 보면 순간순간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줄 때 유하게 해야 할 때는 유하게 하고, 확실하게 따끔하게 지적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그런 부분에서 나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옛 동료이자 선배 감독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김재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