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가 결혼 이후 처음 마주한 생활의 현실을 털어놨다.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했지만, 가정 안에서는 모든 질서가 달라졌다는 고백이다. 농구에만 집중해온 인생의 이면이 예능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났다.
13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서는 ‘누가 나보고 한물갔대?’라는 주제로 출연자들의 속내가 공개됐다. 이날 허재는 자신의 결혼 생활과 함께, 농구 선수로 살아오며 겪지 못했던 일상에 대해 털어놓았다.
허재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세대는 ‘남자는 손에 물 묻히면 안 된다’고 했다”며 “운동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고, 집안도 자연스럽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대표팀과 선수 생활에 전념하면서 생활 전반은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당연한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결혼 이후였다. 허재는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예전엔 모든 반찬이 내 앞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 위주로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형, 누나들이 왜 서운했는지 알겠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생활 전반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재는 은행 업무나 행정 절차를 직접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고, “혼인신고도 아내가 가서 했다. 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돈 관리 역시 아내가 맡아왔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사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그는 “분당으로 이사 간 날, 술을 마시고 주소를 잊어버려 다시 숙소로 돌아간 적도 있다”며 “숙소는 항상 비어 있으니까 그냥 갔다”고 털어놨다. 농구 외의 일상에는 철저히 무지했던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인정한 셈이다.
허재의 고백은 단순한 ‘생활 무능’ 토크라기보다, 농구에 모든 시간을 쏟아온 한 인물의 인생 서사를 보여줬다.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했던 ‘농구 대통령’이지만, 결혼과 은퇴 이후에야 비로소 접하게 된 현실의 질서. 그 간극에서 나온 솔직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