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IFA 최초(1회) 평화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아이러니하다. 자국(미국)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입국 금지령을 남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포고령이 2026 북중미 월드컵(미국·멕시코·캐나다 공동 개최)을 향한 축구팬들의 발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2월 17일(이하 한국시간) “트럼프 정부가 최근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 국적자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두 나라 국민은 단기 체류 목적의 관광·업무 방문이 중단되며, 월드컵 관전을 위해 미국을 찾으려는 팬들 역시 입국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세네갈은 프랑스, 노르웨이, 볼리비아·이라크·수리남 중 한 팀과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I조에 편성됐다. 세네갈은 프랑스, 노르웨이와의 경기를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플레이오프 승자와의 경기만 미국이 아닌 캐나다(토론토)에서 치른다.
코트디부아르는 독일, 에콰도르, 퀴라소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E조에 속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에콰도르, 퀴라소전을 미국에서 치르고, 독일전만 캐나다에서 치른다.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선’에 따르면, 새로운 입국 제한 조치에서 선수단은 예외다. 기존 행정명령에는 선수, 코칭스태프, 직계 가족의 입국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세네갈의 일리만 은디아예, 니콜라 잭슨, 코트디부아르의 아마드 디알로, 에반 게상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스타 선수의 대회 참가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세계인의 축제를 현장에서 즐기고자 하는 팬들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양국 팬들에게 이번 조치는 사실상 ‘관전 장벽’이 됐다.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는 이번 포고령에 포함된 15개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6월 발표된 12개국 입국 제한 명단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란, 아이티가 포함돼 있다. 해당 국가 팬들 역시 월드컵 관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영주권자, 기존 비자 소지자, 선수·외교관 등 특정 비자 범주는 예외로 하며,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 입국을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입국 제한 외에도 미국 개최 경기를 둘러싼 부담은 적지 않다.
높은 티켓 가격이 팬들의 불만을 키웠다. FIFA는 대응책으로 45파운드(한화 약 8만 원) 수준의 ‘서포터 엔트리 티어’ 티켓을 신설해 각국 협회에 배정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전체 좌석의 2%에도 못 미쳐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내년 6월 11일 개막한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가 정치와 행정의 벽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