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상민이 야심 차게 선보인 ‘시금치 국수’가 사찰음식 전문가의 창작물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MBN 예능 프로그램 ‘알토란’ 제작진은 최근 방송에서 소개된 ‘시금치 국수’ 레시피 도용 논란과 관련해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이자 불찰”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방송분이었다. 당시 이상민은 시금치를 데치지 않고 생으로 올려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는 독특한 방식의 국수를 소개했다. 국물 맛의 비법으로는 멸치 대신 ‘구기자 가루’와 ‘통감자’를 제시해 출연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방송 직후, 사찰음식 전문가인 정위스님 측이 “방송에 나온 요리는 스님이 수십 년간 연구해 완성한 독창적인 레시피와 100% 일치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파장이 일었다.
정위스님은 지난 21일 자신의 채널 ‘정위스님의 채소한끼’를 통해 “육수에 통감자를 반으로 갈라 넣고, 구기자 가루로 간을 맞춘 뒤 생시금치를 얹는 방식, 심지어 재료의 분량까지 똑같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님 측은 “수십 년의 노하우가 담긴 요리가 하루아침에 연예인의 ‘꿀팁’으로 둔갑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내용증명까지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에 침묵하던 제작진은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입을 열었다. ‘알토란’ 측은 “채식 레시피를 기획하던 중 온라인과 AI 검색을 통해 해당 조리법을 접하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정위스님의 고유 레시피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송에 내보냈다”고 해명했다. ‘출처 미확인’의 원인을 AI와 인터넷 검색 탓으로 돌린 셈이다.
제작진은 “정위스님을 직접 찾아뵙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면서 “스님께서 오히려 ‘시금치는 데쳐 먹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는 조언까지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위스님은 22일 추가 입장을 통해 “작가진이 오늘 오전에야 상황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며 “단순한 개인적 사과를 넘어 방송사의 책임 있는 대책과 보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