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의 선물이 되어줄까.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2월 24일, K리그 다수의 팀이 사령탑 선임 작업을 마무리했다. 무려 6팀이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은 K리그2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수원삼성이다. 수원은 이정효 감독 선임 소식을 전했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FC와 작별을 알렸고, 이번 겨울 거취와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4시즌 동안 광주를 이끌며 1부 승격과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과 8강 기적, 2025시즌 코리아컵 준우승 등 굵직한 결과를 만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정효 감독은 해외 팀을 비롯해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선택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역대급 대우는 물론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구단의 진정성에 수원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인 ‘현대가’ 두 팀도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했다. 2025시즌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을 확정하며 역대 세 번째이자 팀 통산 두 번째 ‘더블’을 기록한 전북현대는 김천상무의 돌풍을 이끈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전북은 예상치 못한 감독 이탈이 발생했다. 지난달 리그 경기 도중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를 관장했던 김우성 주심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판단의 기준이 모호했으나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5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타노스 코치는 인종차별 낙인에 자진 사임을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포옛 감독도 1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수족의 안타까운 퇴진에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1년 만에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전북은 기존에 정립한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을 토대로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고, ‘학구파’이자 ‘성장형 지도자’인 정정용 감독과 손을 잡았다. 전북은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디테일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정용 감독이 탄탄한 이론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부족함을 채우고, 팀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최적의 인물”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은 명가 재건에 나섰다. 3연패 영광 속 K리그1의 새로운 왕조를 세웠으나, 2025시즌 실패를 맛봤다. 두 번의 감독 교체에도 부진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강등 위기에 놓였으나 경쟁팀들의 부진으로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다만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감독 후보군과의 면담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고심 끝에 팀의 레전드인 김현석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김현석 감독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베르디 가와사키(일본)에서 활약했던 한 시즌을 제외하면 12시즌 동안 울산에 몸담은 진정한 ‘울산맨’이다. K리그 통산 373경기 111골 54도움을 기록했다. 2003년 선수 은퇴 후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울산 2군 코치, 1군 코치, 수석코치를 맡았다.
그 누구보다 울산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2022년 충남아산 사무국장을 역임한 뒤 2024년 직접 지휘봉을 잡고 구단 창단 첫 K리그2 준우승과 함께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2025시즌에는 전남드래곤즈로 향해 감독 커리어를 이어갔다.
다만 K리그1 경험과 빅클럽을 지도한 경력이 없어 우려의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울산 구단은 과거 구단을 위한 헌신과 업적, 구단에 대한 이해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리더십, 전술 및 전략 등을 검토한 끝에 김현석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포옛 감독이 전북을 떠나면서 K리그는 또다시 외국인 감독 불모지로 전락하는 듯했지만, 제주SK가 도전적인 감독 선임에 나서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5시즌 제주는 이어지는 부진 속 김학범 감독과 결별했다. 김정수 코치 감독대행 체제에서 잔류 희망을 이어갔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삼성을 꺾고 한숨을 돌렸다. 시즌 도중 김정수 감독대행을 포함해 여러 후보를 두고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섰다. 그 결과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오른팔인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과 손을 잡았다.
세르지우 감독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벤투 감독을 대신해 대표팀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2차전 이후 심판 항의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3차전을 이끌 수 없었고, 세르지우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어 16강행을 이끌었다.
세르지우 감독은 2007년부터 벤투 감독 사단에서 활약했다. 전력분석관, 코치,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더욱이 대표팀 코치 경험으로 한국 선수와 K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제주는 구단 최초 외국인 감독이자 과거 유공 코끼리와 부천SK 사령탑이었던 ‘니포 축구’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재림을 기대하고 있다.
이정효 감독이 떠난 광주FC도 빠르게 신임 감독 모시기를 완료했다. 광주는 2022년 이정효 감독과 같은 신인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대감을 걸었다. 2011년부터 고양고, 우석대, 동의대, 부경고를 거쳐 아산무궁화, 충남아산, 광주, 서울이랜드에서 14년 동안 코치 생활을 이어온 이정규 감독을 선임했다.
광주는 “우리 팀만의 축구 철학을 계승하고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지도자 선임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이정규 감독은 2022~24년까지 3시즌 동안 광주 수석코치로 역임했다. 내부 사정과 선수단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2022년 광주 수석코치 시절 K리그2 우승과 K리그1 승격, 2023년 1부리그 3위 달성과 구단 최초 ACLE 진출 등의 성과와 함께했다”라고 덧붙였다.
2021시즌 이후 5년 만에 강등의 아픔을 겪게 된 수원FC는 김은중 감독의 계약 해지와 함께 박건하 감독의 선임 소식을 전했다. 수원FC는 마지막까지 잔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결국 부천FC1995에 대패하며 강등을 확정했다.
강등 후폭풍의 결과다. 김은중 감독과 결별을 선택하며 2026시즌 변화를 택했다. 수원FC는 일부 후보와 접촉한 끝에 박건하 감독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수원FC는 2027시즌 K리그1 확대 개편을 기회 삼아 강등 1년 만에 승격을 일구겠다는 심산이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