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선한 얼굴 뒤 뒤틀린 광기...‘조각도시’로 증명한 배우의 확장 [MK★인터뷰]

이렇게까지 ‘순수 악’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얼굴일 줄은 몰랐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는 이른바 ‘배우 도경수’의 재발견이었다. ‘첫 악역 도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도경수는 선해 보이는 얼굴 뒤 자리 잡은 뒤틀린 악을 탁월하게 소화하면서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한층 확장해 나갔다.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 분)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서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은 요한(도경수 분)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증거를 조작해 사건의 진범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조각가’ 요한이 된 도경수는 그의 순진무구한 광기에서부터, 자신의 유일한 실패작이 될지도 모를 태중과 치열하게 맞붙는 과정을 모두 그려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전형적인 악역이 아닌 도경수만의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에 그는 “첫 악역이었는데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행복하다. 제 연기를 보고 보내주시는 좋은 반응을 체감하면서 지내고 있는 요즘”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처음’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였다. ‘조각도시’가 진짜 첫 악역 도전이 맞는가?

지금까지 ‘악역’제안이 온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연이 있는 인물이나, 혹은 악역과는 거리가 먼 상반된 역할들이 많이 들어 왔었는데, 악역 제안이 온 첫 작품이 ‘조각도시’였다. 항상 한 번 쯤은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처음 제안이 왔을 때는 걱정이나 부담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났다.

작중에서 요한의 눈이 돌았다는 평도 많았다.

제가 눈이 작은 편이 아니다 보니...(웃음) 감정표현을 했을 때 눈이 더 커지면서, 그렇지 않을 때와 차이가 있다보니 더 그렇게 봐주시는 건 아닐까 싶다.

‘조각도시’로 악역을 해본 소감은 어떤가? 잘 맞는 거 같은가?

잘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평소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경험을 하기 쉽지 않지 않느냐. 요한이라는 역을 통해서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높이까지 올라간 거 같아서, 그런 부분을 연기할 때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밌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스타일링이라든지 액션이라든지, 보여지는 부분도 신경 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요한이라는 인물은, 일반적인 스타일링을 하면 너무 평범하게 보일 거 같았다. 모를 수 있겠지만 극중 머리가 4시간 정도 걸린 머리다. 탈색을 하면 머리가 망가지지 않느냐, 그 머릿결을 가지고 전동 드릴로 펌을 한 번 더 했다. 탈색모에서는 텍스쳐가 잘 보였는데, 펌을 하고 다시 검은색으로 덮었더니 생각보다 보이지는 않더라. 그렇게 스타일링을 시도한 이유는 외적으로도 삐죽삐죽했으면 했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날 서고 샤프해 보일까, 생각도 많이 했다. 의도하고 했던 스타일링이었는데, 알아보신 분이 2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액션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요한도 충분히 주먹을 써서 할 수 있지만, 더 잔인하게 보일 수 있도록 흉기를 써서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했다.

극중 요한은 사이코패스형의 인물이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인데, 연기하는데 있어 배우로서 몰입하는데 힘든 부분은 없었는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다. 그중에서 특히 참고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였다. 일반적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의 것들을 다큐멘터리를 참고하면서 만들어 나갔다. 직접적으로 몰입을 할 수는 없기에, 최대한 상상을 하면서 요한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갔던 것 같다.

요한의 마지막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요한은 죽었다고 생각한다. 칼에 찔리고 폭발까지 하지 않았느냐. 태중이라는 역할은 죄가 없는데다, 이롭고 너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어서, 누군가가 구해주러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요한은 구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죽었으면 좋겠다 싶다.

만약 시즌2가 만들어 진다면, 요한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할 거냐.

작가님이 요한이를 살리신다면, 그럼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열린 결말로 끝난 거 같다. 현장에서는 요한도 아니고 유모도 아니고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인물이지 않을ᄁᆞ 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요한은 도경(이광수 분)의 의뢰를 받아서 살해 현장을 설계한 거 아니냐. 개인적으로 요한과 도경 중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도경이 더 나쁜 캐릭터 같다, 물론 둘 다 나쁜 놈이지만. 도경은 진짜 잘못,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면, 도경은 죄를 덮기 위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도경이 조금 더 비열하다 싶다. 다시 말하지만 둘 다 똑같은 살인자지만, 둘 중에 굳이 더 나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도경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친한 사이로 알려진 이광수와 ‘조각도시’를 통해 악역 케미를 발산했다. 함께 연기한 소감은?

배우로서 재발견한 점들이 많았다. 물론 ‘괜찮아 사랑이야’를 할 때 같이 마주하기는 했지만, 사실 현장에서 겹치는 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광수 형이 연기하는 걸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정말 잘 하더라. 사실 전부터 워낙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알고 현장에서 순간적인 집중력이 엄청난 배우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부분도 많았다. 워낙 친하다보니 연기할 때 눈 못 쳐다 보겠다 싶었는데, 막상 연기를 시작하니 집중이 잘 됐다.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지창욱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지창욱 선배와 마주친 적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화면으로 보면, 편집이 되니 엄청 많이 만난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촬영장에서 만난 적이 5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선배들과 눈을 보고 대화를 하고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걸 못해서 조금 아쉽다. 지창욱 선배의 연기는 최고다. 태중이 진짜 짠한 인물이지 않느냐. 인물을 향해 ‘짠하다’라고 느낀다면 성공인데, 실제로도 작품을 보면서 ‘짠하다’라는 마음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진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다. 관제탑 신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애드리브로 진행했다. 대본에는 상황만 있을 뿐 주어진 대사가 없었다. 지창욱 선배였기에, 서로 믿고 애드리브로 연기를 이어왔는데,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악역에 몰입하다 보면 연기 후 몰입에 대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요한’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이후 힘든 건 없었는가?

저는 아무리 연기를 하다가도, ‘컷’ 소리가 들리면 그냥 저로 돌아온다. 너무 몰입해서 힘들다든지 그런 것이 전혀 없는 편인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비위가 강한 편인지, 주위에서 ‘잔인한 것을 보고 연기하는 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아니다. 실제로도 잔인한 거 잘 본다. 그런 성향이 있다보니, 잔상이라든지 감정 같은 것들이 제 안에 잘 안 남는 것 같다.

이번 ‘조각도시’로 악역에 자신이 생겼을 것 같다. 만약 다음 악역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떤 악역을 해보고 싶은가?

저는 백도경 같은 악역을 하고 싶다. 요한의 경우 뒤에서 지시하고 뭔가 직접적으로 참여는 안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뭔가 계속해서 보여주는 그런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자평했을 때 ‘조각도시’에서 내가 봐도 뿌듯한 배우 도경수의 모습이 있다면?

그런 새로운 감정표현을 느꼈다. 요한은 비웃을 때가 많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다. 이번 연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한이가 너무 차분하지는 않았는가였다. 대사가 긴 신이 있을 때,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있었으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근데 거기서 과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더 있었다면, 그건 또 어떻게든 편집이 됐을 거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큰 관심을 주시고 ‘조각도시’라는 작품에 이입해서 보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진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 악역은 조금 나중에 할 생각이다. 현재는 요한이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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