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이 무슨 상관일까요?” 위로를 담은 젠더프리 연극 ‘오펀스’ (종합) [MK★현장]

“‘오펀스’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입니다.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무슨 상관일까요. ‘인간’으로서 들려주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오펀스’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두지 않은 ‘젠더프리’입니다”

연극 ‘오펀스’가 4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배우 문근영의 연극 복귀작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은 ‘오펀스’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며 관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에서 연극 ‘오펀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해롤드 역의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양소민, 트릿 역의 정인지, 문근영, 최석진, 오승훈, 필립 역의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 등이 참석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에서 연극 ‘오펀스’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 사진 = ‘오펀스’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Lyle Kessler)의 대표작인 연극 ‘오펀스’는 필라델피아 북부를 배경으로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Harold)와 고아 형제 트릿(Treat), 필립(Phillip)이 이상한 동거를 시작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8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된 ‘오펀스’는 1986년 런던 공연 당시 해롤드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알버트 피니가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브로드웨이 공연은 토니상 최우수 재연 공연상 후보, 연극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시간이 흘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초연됐다.

2026년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 ‘오펀스’의 김태형 연출은 “처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유사 가족의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초연을 올린 후 그 이상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작품이라는 걸 깨달았다. 헤롤드는 필립과 트릿에게 어른으로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두 형제, 혹은 자매들은 어른에게 받지 못했던 위안과 격려와 보호를 겪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펀스’는 국내 초연 당시 끊이지 않는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으로 매진 사례를 일으켰고, 2019, 2022년에는 티켓 오픈 동시에 매진되는 등 관객의 큰 성원을 받았다. 2026년 4년 만에 4연으로 돌아왔다. 특히 2019년, 2022년 시즌의 여성 배우 캐스팅에 관객이 보내준 성원을 원동력 삼아 이번 시즌에서도 ‘오펀스’는 젠더프리로 진행, 성별을 초월한 세계관을 한층 섬세하고 탄탄하게 선보인다.

“젊은 세대 관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뿐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 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이라고 ‘오펀스’를 정의한 김태형 연출은 “이 작품은 굉장히 기괴하게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굉장히 이상한 동생과 형은, 폭력적이고 지성적이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하는데, 이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와 다른, 타인에 대해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작가가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립된 사람들, 일반적인 정답과 사회 질서에 편승하지 못하는 약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후 이들이 충분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오펀스’의 이야기를 4년 만에 무대에서 펼쳐낼 해롤드, 트릿, 필립에는 각각 4명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으로 한층 다양한 작품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아 청년 트릿에게 납치당하는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 역에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양소민, 거친 세상으로부터 동생 필립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트릿 역에 정인지, 문근영, 최석진, 오승훈, 형의 강압적인 보호에 갇혀 살아온 동생 필립 역에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가 캐스팅되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배우들의 찰떡 호흡이 돋보이는 대사에 이끌려 극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필립의 성장과 트릿의 연약한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 강력한 서사가 펼쳐진다.

“페어들의 매력이 다르다”고 말한 해롤드 역의 우현주는 “관객들이 느끼는 매력과 메시지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남자배우는 캐릭터가 가진 남성적인 부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여자배우들이 하는 ‘오펀스’는 한국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 저희(여자 배우들)는 여차하면 엄마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여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해롤드와 트릿, 필립을 통해 ‘여자로서 남장을 하고 갱스터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고아로서 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장을 해야 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혹시나 무리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 ‘무리함’도 모두 연기에 포함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인지는 젠더프리역에 대해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접근했다.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기까지 시간도 걸렸는데,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성별은 부차적이었다. 인물을 이야기하고 이해해서 행동하기까지 과정을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연출은 ‘젠터프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으로서 들려주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과감하게 젠터프리를 시도해 여자 배우들과 함께 했다. 사실 원작 대본도 그렇고 초연 대본을 보면 세 인물 모두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다. 그렇다보니 여성 비하적이고 혐오적이며, 성적인 농담도 많았다. 재연부터 이와 같은 대사를 정리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대체하면서 대본작업을 진행했다”며 “젠더프리가 되면서,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남자와 여성이 아닌 중성적인 캐릭터로 할 것인가, 생물학적인 성별은 여성이지만, 사회학적으로 젠더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나 등 여러 고민이 많았다. 성별과 젠더에 관한 문제가 논의되기에,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국 조금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선택을 하고자 했다. 이번 ‘오펀스’는 생물학적인 성별은 배우 그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국민 여동생’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문근영이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후 약 9년 만에 연극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는 점이었다. “대본이 주는 위로와 메시지가 굉장히 와 닿았기에, 오펀스’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복귀작 선택의 이유를 밝힌 문근영은 “트릿이라는 역할도 그렇고 젠더프리라는 지점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됐던 부분이었다. 거의 매일 밤을 대본을 읽었던 거 같다”며 “대본을 수없이 읽고 나서 한 번 도전하고 싶다, 도전해 보고 싶고 어떻게든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작품을 하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전했다.

뮤지컬 ‘팬레터’ ‘아몬드’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벙커 트릴로지’ 등 매 작품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성공적으로 일궈내는 김태형 연출이 다시 한번 ‘오펀스’를 이끈다. 김태형 연출가의 연출에 대해 박지일은 “한국 같은 ‘오펀스’는 없다. 세대 간의 갈등과 불통, 전부 다 스마트폰 안의 자기 세상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려준다는 것은 우리가 만나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 연출인지 모르겠다”며 “어른이 내 다음 세대를 위해 응원해 주고 경쟁으로 몰고 거친 들판 같은 곳에 내몰아서 강퍅하게 살게 하지 않고, 따뜻하게 칭찬해 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대관의 소통을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의미가 크다. 한국의 ‘오펀스’는 원작에 없는 따뜻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김태형 연출의 힘”이라고 크게 칭찬했다.

김태형 연출은 마지막으로 ‘오펀스’에 대해 “오랫동안 공연을 하고 싶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잊힐 때쯤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펀스’는 오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티오엠에서 공연된다.

[동승동(서울)=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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