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초등학교에 떨어진 ‘축구 금지령’, ‘내 자식·내 이익’만 소중한 이기적인 어른들 [MK초점]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발언대에 섰다.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악성 민원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시기다. 우리 사회가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소수의 프로 불편러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열심히 하는 공직자와 다수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특히 교육 현장이 과도한 민원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초등학교에 내려진 ‘축구 금지령’. 사진=chatgpt 생성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천 원내대표가 발언을 마친 뒤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시작했다.

천 원내대표의 첫 질문이었다.

“총리님, 초등학교 다니실 때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축구 좀 하셨습니까.”

김 총리가 답했다.

“예. 그때는 할 수 있었죠.”

천 원내대표는 의원실의 조사에 따른 데이터를 공개했다.

“저희 의원실에 응답한 곳만 봐도 전국적으로 212개 초등학교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못 하도록 하고 있다’란 답이 왔고요. 부산 전체 초등학교의 3분의 1, 105개에 달하는 초등학교가 ‘운동장에서 축구 등 스포츠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답이 왔거든요.”

천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이 발생한 요인을 한 단어로 짚었다.

“민원 때문인데요. 민원이 두 종류입니다. 제일 큰 게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또 한 가지는 ‘소외감이나 박탈감’ 같은 게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 애는 축구하고 싶은데 잘 못해서’ 아니면 ‘6학년 형들만 축구한다’, ‘우리 애는 왜 못하게 하냐’ 되게 다양한 민원이 있거든요.”

천 원내대표가 김 총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런 근거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민석 국무총리(사진 왼쪽),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사진=국회방송 캡처

김 총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솔직한 답을 내놨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의원님이나 저나 차이가 조금 나지만 저런 건 없지 않았습니까. 저희로선 사실 이해가 조금 어렵죠.”

천 원내대표와 김 총리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천 원내대표가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저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스마트폰 붙잡고 있지 말고 나가서 공이라도 차라’ 이런 게 대부분의 심정인데, 저는 이렇게 ‘축구를 못하게 하는 학교가 왜 이렇게 많냐’라고 해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조사하면서 초등학교 현직 선생님들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천 원내대표는 이어서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을 들려줬다.

“천하람 의원이 관심 가져주는 건 좋고, 초등학교에선 당연히 축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이거 또 이렇게 이슈되면 높으신 분들은 ‘축구하라’고 압박만 하고, 민원 들어오는 건 다 선생님들 책임 아니냐. 민원은 그럼 누가 어떻게 책임져 줄 것이냐. 이런 반응들이 저희 의원실로 쇄도했거든요. 저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히 초등학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민원이 책임져줘야 하는 시스템이 안 생기면 계속 반복될 것 같거든요.”

2026년 어린이는 축구도 마음대로 못 한다. 사진=chatgpt 생성

프로축구 산업에도 악성 민원이 존재한다. 특히, 프로 산하 유소년 팀에서 학부모들과 소통을 맡고 있는 몇몇 직원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서 하나 알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자녀를 프로축구 선수로 키우고 있는 상당수 학부모에겐 공통점이 보인다. 모든 학부모를 동일시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 기간 많은 학부모를 보고 확인한 부분이다.

수많은 학부모가 ‘내 자녀는 제2의 손흥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도자가 독보적인 내 자녀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는다. 어떻게든 행동에 나선다.

유소년 팀에 속한 학부모들은 별도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기본적인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할 공간엔 질투와 시샘이 넘쳐난다. 지도자에게 신뢰받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실과 전혀 다른 소문을 내기도 한다.

프로축구 선수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상을 부모란 어른들이 이상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프로 산하 유소년 팀 사정을 잘 아는 축구계 관계자 A 씨는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이 유소년 팀”이라며 “특히, 학부모 상담을 직접적으로 담당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이런 경험담을 들려줬다.

“체계가 잡힌 팀은 감독과 학부모의 직접적인 소통을 막는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 중간에 관계자가 있다. 그 관계자는 수많은 학부모의 민원을 받는다. ‘우리 아이가 왜 뛰지 못하느냐’, ‘쟤는 뭘 잘하는데 계속 뛰는 거냐’, ‘감독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 등 사실 그대로의 답을 전달해도 자기 할 말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민원이 너무 심해서 ‘밤 10시 이후엔 연락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적도 있다. 그런데 아무 소용 없었다. 새벽 시간에 전화해서 심한 말을 내뱉는 부모들도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거나 고소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윗선에 보고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해결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방법이 없다. 참고 견뎌야 한다.”

사진=chatgpt 생성

더 놀라운 현실이 존재한다.

프로 산하 유소년 팀은 양반이다. 학부모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일부 학교 축구부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B 씨는 학창 시절 학교 축구부에서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열심히 하면 손흥민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곳이 아니었다.

B 씨는 “내가 학교 축구부에서 뼈저리게 배우고 느낀 건 돈이 곧 힘이라는 것”이라며 “우리 학교 축구부 학부모님들은 감독, 코치님의 봉급만 챙기는 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B 씨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학부모님들이 감독실이나 축구부 시설 등을 청소하고, 대회가 있을 때 식사나 간식 등을 챙기는 것까진 이해한다. 그런데 경기 후 감독, 코치들의 술자리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은 자괴감과 상처만 남겼다. 학부모들이 지도자가 왕처럼 군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걸 여러 번 봤다. 지도자와 가까운 학부모에게 찍히면, 축구를 아무리 잘해도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면서 ‘축구를 계속해야 하느냐’란 의문이 지워지질 않았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을 보면 진지하게 조언한다. ‘확신이 있다면, 힘들어도 유럽으로 나가’라고. 그게 힘들다면, ‘일본이라도 가라’고 한다.”

B 씨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축구를 그만뒀다. 이후 축구와 관련이 없는 전공을 택해 국외로 떠났다.

B 씨는 “더 이상 축구를 보지 않는다. 쳐다도 보기 싫다”고 했다. 그가 한국을 떠난 건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할 방법이 그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꿈만 바라보는 순수한 세상을 어지럽히는 어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국가대표 출신 행정가와 몇 에이전트가 이기심의 끝을 보이는 듯하다.

K리그 구단은 투자의 개념으로 유소년 팀에 비용을 쏟는다. 기업구단이 1년간 유소년 팀에 쏟아붓는 비용은 약 20억 원이다.

기업구단은 학부모들로부터 회비를 받지 않는다. 오직 구단의 투자 비용으로 유소년을 육성한다.

기업구단은 혹시 모를 피해를 대비해 계약서를 작성한다. 만약 다른 클럽이나 학교로 떠날 시엔 그간의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위약금’을 걸어 놓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몇몇 축구인이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이다.

클럽 산하 유소년 팀 선수가 팀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게끔 한다. 그렇게 계약을 해지하도록 만든다. 이후 자신들과 연결된 클럽으로 그 선수를 보낸다. 여기서부터 이득을 취한다. 특히, 에이전트는 해당 선수와 계약을 맺는다. 그 선수가 성장해 성인이 되면, 더 큰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

최근 이와 관련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 앞에선 한국 축구를 위하는 척 하나 속은 자기의 이익밖에 없는 위선자가 생각보다 많다. 인간의 겉과 속이 이렇도록 다를 수 있을까 놀라울 정도다.

한국 축구 발전을 저해하고 망치는 주범들. 그들은 오늘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성실히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감까지 안긴다.

대한민국 프로축구는 지자체 예산 없인 운영이 불가한 리그가 됐다. 이 표에선 빠졌지만, 군 팀인 김천상무, K리그2 소속인 충북청주 FC도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는다. 충북청주는 기업구단 형태로 프로에 참가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충북청주는 안정성이 높은 지자체 예산으로 한 해 예산의 일정 부분을 채우기로 하면서 프로 참가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사진=나라살림연구소

프로축구는 ‘국가 지원 산업’이 됐다.

K리그1(1부)엔 12개 구단, K리그2(2부)엔 17개 구단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에서 1, 2부 승강제가 운영되고, 최다 프로 팀을 보유한 게 축구다.

이 산업을 지탱하는 건 지자체 예산이다.

K리그1에선 절반인 6개, K리그2에선 무려 13개 구단이 지자체 예산 없인 프로축구 리그에 참가하지 못한다.

방탄소년단(BTS)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처럼 군 복무를 했다.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여기에 축구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군 팀이 프로 리그에 참여 중이다. 군 복무 기간에도 직업과의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자기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분야다.

아시안게임(금메달)이나 올림픽(금·은·동)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체육인은 물론이고 정치인까지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이던 1973년 생긴 ‘병역특례법’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웬만하면 언급도 안 한다.

공정이 최대 화두인 2026년이지만, 표 떨어지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민원은 어디로 넣어야 하는 것일까.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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