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수 성리가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서 꺼낸 이 한마디는 흔한 눈물 고백보다 더 오래 남는다.
‘무명전설’ 1위의 기쁨을 포장하는 대신, 그는 워너원으로 크게 성공한 ‘프로듀스 101’ 동기들을 보며 느꼈던 조급함, 트로트 경연 5번 도전과 통편집의 상처까지 숨기지 않았다.
이날 방송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성리는 뻔한 성공담을 늘어놓지 않았고, 대중 역시 그를 단순한 오디션 우승자로 소비하지 않았다.
대개 연예인은 잘된 동료를 보며 느낀 복잡한 감정을 미화하거나 감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리는 달랐다.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에 함께 출연했던 동기들이 워너원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며 축하와 부러움, 그리고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조급함이 함께 밀려왔다고 고백했다.
이 솔직함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울림을 남긴다. 성공 스토리는 흔하지만,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열패감까지 담담하게 인정하는 고백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성리는 감추고 싶은 감정을 정면으로 꺼내놓음으로써, 대중에게 완벽한 스타가 아닌 ‘치열하게 버텨낸 사람’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묵직한 설득력이 붙는 건 실패의 시간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성리는 트로트 경연에만 다섯 번을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미스터트롯2’에서는 통편집까지 당했다. 방문을 잠그고 홀로 울며 소주를 마셨을 만큼 힘들었다는 고백은 자극적이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아프다.
심지어 가수를 포기하고 도배 일을 배우려던 순간까지 있었다는 털어놓음은, 그의 무명 시절을 단순한 고생담이 아닌 생계와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현실의 시간’으로 바꿔 놓는다. 성리의 서사는 운 좋게 발탁된 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밀려나면서도 끝내 다시 출발선에 섰던 뚝심의 기록이다.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서 드러난 성리의 진짜 경쟁력은 눈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눈물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대중을 완벽하게 납득시켰다는 점이다. 가수의 길을 반대하던 아버지가 암 투병 중 마지막으로 아들의 무대를 원했고, 결국 병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를 보여드렸다는 일화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곁에 남은 소중한 어머니를 위해 ‘무명전설’에 도전했다는 이유, 우승 특전인 제주 세컨하우스가 기대되는 이유가 ‘가족과 제대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라는 고백까지. 이 서사는 그가 왜 그토록 간절하게 무대를 놓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배경이 된다. 우승의 기쁨보다 가족을 먼저 떠올리는 태도는 성리라는 인물을 더욱 호감 가게 만든다.
팬들이 성리에게 더욱 단단하게 결속하는 이유도 분명해졌다. 성리는 우승 직후 미처 다 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를 다시 꺼내며, 자신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팬들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몸을 낮췄다. “절대 제가 유명 가수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상투적인 겸손이 아니라, 긴 무명의 터널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감에 가깝다.
지금 성리를 지지하는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한결같은 태도일 것이다. 탄탄한 실력은 이미 증명됐고, 남은 건 이 진심이 얼마나 흔들림 없이 유지되느냐다.
결국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은 성리를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 1위 가수로 비추는 데 머물지 않았다. 그는 비교와 좌절을 숨기지 않았고, 무명의 시간을 묵묵히 통과했으며, 끝내 대중과 팬들 앞에서 찬란한 결과를 증명해 낸 사람이다. 늦게 발견된 사람의 서사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 남는다. 대중이 이제 막 진짜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성리에게 기꺼이 시선을 멈추는 이유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