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대역전승을 이끈 브라이스 엘드리지는 이날의 감동을 쉽게 잊지 못할 듯하다.
엘드리지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 팀이 7-10으로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에서 우측 담장 넘기는 만루홈런을 때리며 팀의 11-10 역전승을 이끌었다.
‘ESPN’에 따르면, 21세인 엘드리지는 1956년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넘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린 타자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베이스를 돌면서 그저 소리를 질러댔다”며 이날 하루를 돌아봤다. 이틀전 시리즈 첫 경기에서 9회 2사 1, 3루 기회에 들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그는 “그때 마지막이 정말 아쉬웠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다시 기회를 원한다’고 말해왔다. 그 기회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틀 뒤 똑같은 기회를 얻었다”며 이번 시리즈를 돌아봤다.
이어 “계속해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8회말 타순이 한 바퀴 돌면서 다시 기회가 올 것임을 직감했다. ‘내가 9회 타석에 들어서면 주자 세 명이 나가 있겠구나. 경기를 끝낼 기회가 오겠네’라고 생각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것은 정말 멋졌다”며 말을 이었다.
엘드리지가 때린 타구는 발사 각도 44도로 높이 뜬 타구였다. 타구를 바라봤던 그는 “각도를 보면 잡히거나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타구를 지켜보며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타구가 넘어간 것을 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번 시리즈에서 한 차례 상대했던 좌완 미첼 파커를 상대한 그는 “배팅 케이지에서 트라젝트 아크 피칭 머신을 상대하면서 준비했다. 타격코치님은 내게 ‘집중을 유지하라’고 말해줬다. 첫 세 타석에서 아웃으로 물러난 것은 상대 투수가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너는 큰 거 하나 칠거다’라고 말해주시면서 집중하라고 일깨워주셨다. 그분께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됐다”며 타석에서 준비한 내용에 대해서도 말했다.
구단 최고 유망주로서 빅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그는 이날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이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이 된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순간”이라 표현했다. “매일같이 그 생각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얼굴이 되고 싶기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이이렇게 큰 순간을 맞이한 것은 내게 정말 특별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어린 시절 나는 야구 없는 삶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아홉 살 때부터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이곳에 와서 이런 순간을 맞이했다는 것 자체가 멋지다”며 재차 기쁨을 드러냈다.
마지막 순간 배트를 높이 던진 것에 대해서는 “그런 순간에는 그래야만 했다. 조금 과했을 수도 있겠지만, 감정이 정말 격해진 상태였다. 누군가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지만, 난 꽤 멋졌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더했다.
이날 경기는 훗날 ‘샌프란시스코에 엘드리지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계기로 기억될 수도 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그도 그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런 역할을 맡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이 어린 타자가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이 될 자격이 갖췄음을 인정했다. “완성형 타자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윌 클락이나 브랜든 벨트같은 선수들을 볼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렸던 것을 생각하면 그도 그런 유형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팀 동료 맷 채프먼은 “그가 보여준 자신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거만함과는 다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건강한 자신감”이라며 신인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상승세도 인상적이다. 이틀 전 9회 삼진을 당했을 때, 그가 아쉬워하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을 테니 계속 나아가며 다음 기회를 준비하자고 했다. 그런데 오늘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그런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했을 때 그가 이런 상황을 원하고 직접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인상적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 기대가 크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겨우 스물한 살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나도 그 나이에 그 정도는 아니다. 그를 보면 내가 늙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저 나이였을 때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성숙함과 적응력은 정말 멋지다. 오늘 타석 결과가 좋지 않아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훌륭하게 털어낸 뒤, 다음 타석에서 팀을 위해 다시 준비된 자세로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가 열심히 노력해서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