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화두중 하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다. 전후반 중간 3분의 휴식을 의무적으로 갖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현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스타보 알파로(63)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은 이 새로운 제도에 관해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알파로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하루 뒤 있을 호주와 D조 예선 최종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공식화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전후반 중간 3분의 휴식이 주어지면서 단순히 수분 섭취 목적의 쉬는 시간을 넘어 전술적 재정비의 계기로 활용되고 있고, 실제로 브레이크 직후 득점이 나오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
알파로는 “단순한 수분 섭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규정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의 연속성을 선호한다. 축구는 연속성이 중요한데 그런 흐름이 끊기게 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도 이 제도의 의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극한의 기온에서 경기할 때는 수분 섭취와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지난 호주와 미국의 경기는 섭씨 37도의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그런 경우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낸 상태라 에너지가 거의 바닥난 상태다. 그런 상태의 선수들에게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다. 지난해 클럽월드컵 때도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다”며 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휴식 시간은 1분 정도였다. 1분은 전술적인 조정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3분은 내게 있어 꽤 긴 시간이다. 경기 리듬을 깨뜨린다. 흐름을 타고 있을 때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 기세를 꺾을 수 있으니 유리하겠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 풀리고 있고 득점할 거 같은 순간에 끊겨버리게 될 수도 있다. 경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마치 경기 도중 선수를 교체하는 것과 비슷하다. 교체가 성공하면 사람들은 ‘훌륭한 교체였어’라고 말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최악의 교체였어’라고들 하지 않는가”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내게 있어 경기가 전후반 두 개의 피리어드가 아니라 네 개의 피리어드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예전처럼 선택사항으로 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과거에는 경기 전 기온이나 상황에 따라 양 팀이 합의를 했었다. 모두가 동의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도화되었으니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냥 현실이 그런 것이다. 경기의 일부가 됐다”며 이제 제도의 일부가 됐음을 인정했다.
지난 미국과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그저 빨리 경기를 재개하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계속 기다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것저것 하느라 선수들을 다시 모으고 그런 시간 말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프타임 때도 총 15분이지만,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 정도다. 그러니 내게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하프타임이 세 번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맞춰야겠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축구는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 경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안드레스 쿠바스는 “경기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아 상대의 공세에 시달리고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휴식 시간이 전술을 수정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고, 흐름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최대한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도 정해진 규칙이니 적응해야 하고, 이를 받아들여야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쿠바스의 말을 들은 알파로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을 덧붙였다. “요즘에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 경기 리듬을 나타내는 지표까지 있다. 경기 자체에 리듬이 있다. 선수가 그 리듬에 잘 맞춰가고 있는지, 아니면 그 리듬보다 높은 수준 혹은 낮은 수준으로 뛰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신체 능력 변화 곡선에서 정점(peak)이 나타나는 지점을 살펴보면, 신체적 한계치에 도달하는 첫 번째 정점이 경기 시작 후 25분쯤에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새컨드 윈드’가 그 시점이다. 그 순간은 신체가 신체적 한계의 첫 번째 정점을 넘어선 때를 의미한다. 그게 바로 25분쯤에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그때 경기를 중단시키면 선수들이 그 첫 번째 신체적 한계점에 도달하지 않게 되는 셈”이라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경기 리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했다.
이어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전후반 45분 동안의 경기력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예전에는 교체 카드가 3장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5명까지 바꿀 수 있다.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을 바꿀 수 있다. 덕분에 경기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일종의 ‘유산소 능력 재충전’이 가능해졌다. 경기 중단 시간은 선수들이 신체적 한계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준다. 과거에는 그런 신체적 정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그런 계획이 전반전과 후반전을 각각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 어떤 면에서는 순전히 신체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축구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야만 한다. 전술적, 전략적 선택은 종종 신체적 능력에 달려 있거나 그 신체적 토대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전술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며 축구를 다른 각도와 방식으로 바라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파라과이는 현재 1승 1패 기록중이다. 이번 호주와 대결이 사실상 조 2위를 다투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는 “우리 조가 이번 대회 통틀어 가장 전력이 대등한 조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네 팀 모두 상위 라운드에 갈 수도, 탈락할 수도 있었다. 선수단 가치, 전통, 경험, 랭킹 등을 따져보면 우리는 진출 가능성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월드컵은 복잡하고 어려운 무대다. 월드컵에서 승리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승리 하나를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4강권에 드는 것이 익숙한 팀들은 덜 어렵겠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만약 우리가 호주를 꺾으면,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2승을 기록한다. 파라과이 역사상 한 번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며 하루 뒤 있을 경기를 “우리의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살아남아야 비로소 내일이 주어지는 것이다. 내일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루 뒤 경기를 “이번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며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타클라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