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놀이문화’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고교 야구 경기장에서 벌어진 지역 비하 논란을 두고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던진 비판은, 우리 사회의 혐오 인식과 공직자의 책임론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허지웅은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 논란과 이를 옹호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지역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다.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도중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가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쳐 큰 물의를 빚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으로, 허지웅은 이에 대해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분명한 경계를 그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역사를 모르는 세대에게 광주를 단순한 ‘밈(meme)’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위험한 문화임을 지적했다.
허지웅은 이번 사안을 대하는 일부 공직자들의 태도를 더욱 문제 삼았다. 그는 이병태 교수 등 일부 인사가 해당 논란을 ‘표현의 자유’ 혹은 ‘성역화’의 문제로 포장하는 것을 두고 “추악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와 정치인의 언사가 지역 혐오를 전국민의 놀이문화로 전락시켰다”며, 단순히 개인을 비난하는 본보기식 공분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호남 차별의 단면을 읽어냈다. 허지웅은 “전 국민이 호남을 타고 나길 깍두기처럼 취급한다”고 말하며, 광주와 호남에 대해 아무 말이나 해도 즐거울 수 있는 현재의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가 주장하는 해결책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호남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허지웅은 실효성 없는 ‘엄중 경고’에 그치는 공적 대응 대신, 혐오 발언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입을 다물게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 혐오를 멈출 수 없다”는 그의 발언은 혐오 발언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의 사과문 발표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 검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허지웅의 이번 발언은 혐오를 놀이처럼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떠한 철학적 잣대를 가져야 하는지 묵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