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분의 장난이 12회 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 크리에이터 김순옥)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지만, 안방극장은 축제가 아닌 분노로 들끓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용두사미를 넘어선 ‘용두뭥미’ 결말”이라는 날 선 혹평이 쏟아지며, 과거 JTBC의 또 다른 아픔이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의 악몽까지 강제 소환되는 분위기다.
결말의 참사로 빛이 바랬지만, ‘신입사원 강회장’이 보여준 흥행 공식과 매력은 분명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3.7%라는 다소 조용한 시청률로 출발했던 이 드라마는 입소문과 함께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며 최종회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13.6%, 분당 최고 1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고공행진의 중심에는 단연 타이틀롤 이준영의 압도적인 하드캐리가 있었다. 미래가 기대되는 청년 축구선수 황준현의 육체에 70대 대기업 노회장 강용호의 영혼이 빙의된 설정을 이준영은 신들린 1인 2역으로 소화해 냈다. 70대 노인의 깊이 있는 말투, 노련한 몸짓과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구현한 그의 열연은 매회 찬사의 대상이었으며 “이준영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여기에 꼰대 가득한 회사 관행과 비리를 연륜으로 통쾌하게 처단하는 ‘사이다 도파민’ 전개 역시 일품이었다. 무능한 장남 강재성(진구 분)과 야망 넘치는 장녀 강재경(전혜진 분)의 입체적인 서열 경쟁 구도는 원작의 묘미를 영리하게 살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1회 만에 일어난 ‘빌런 세탁기’와 뜬금없는 ‘류진 영혼 체인지’의 참사
문제는 벌여놓은 판을 닫는 최종회의 개연성 상실에서 터져 나왔다. 11회까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있던 최성그룹의 승계 전쟁은 마지막 회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허무하게 정리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들의 급작스러운 개과천선과 면죄부 서사였다. 비자금 횡령은 물론 온갖 악행을 일삼던 인물들이 단 한 회 만에 갑작스럽게 미치거나, 해외로 나가 아이를 키우며 착해지는 방식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11회 내내 팽팽하게 유지되던 극적 긴장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악행이 하루아침에 억지 해피엔딩으로 세탁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가장 강하게 때린 것은 아웃트로에 등장한 있지(ITZY) 류진과의 두 번째 영혼 체인지 영상이었다. 제 몸을 찾고 막내딸 강방글(이주명 분)과 비밀 연애를 이어가며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황준현이 길에서 우연히 부딪힌 여성과 또다시 영혼이 바뀌며 극이 마무리된다. 드라마를 이끌어온 묵직한 오피스 활극을 한순간에 쿠키 영상 수준의 장난으로 격하시켜 버린 이 황당한 엔딩은 원작 웹소설에도 없던 자극적인 각색이다.
이런 무책임한 결말은 필연적으로 과거 JTBC의 또 다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졸속 엔딩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작품 모두 재벌 기업물의 대가인 산경 작가의 탄탄한 오리지널 기업 구조를 뼈대로 삼았다. 원작의 진짜 힘은 단순히 빙의 판타지가 아니라 지분, 인사권, 자금 흐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치밀한 권력 전쟁의 디테일에 있었다.
원작 웹소설에서는 강 회장이 본래 육체의 사망 후 황준현의 몸에 완전히 정착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최종 승리하는 깔끔하고 설득력 있는 끝맺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순옥 작가 특유의 자극적인 반전에 의존하다, 결국 원래 몸으로 깨어났다가 다시 영혼이 체인지되는 황당한 각색을 선택해 개연성을 완전히 파괴했다.
시청자는 얕은 자극이 아닌 ‘디테일’을 본다
“JTBC를 믿은 내가 잘못”, “이제 믿고 거른다”는 시청자들의 뼈아픈 조롱을 방송사와 제작진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드라마의 인기가 뜨거웠던 만큼 책임감 없는 결말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시청자는 단순히 해피엔딩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12회 동안 따라온 장르의 약속이 깨진 것에 허탈감을 표하는 것이다. 눈부신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와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사이다 전개가 존재했기에, 원작의 뼈대를 지키지 못한 마지막 1초의 장난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치밀한 구조 대신 무리한 충격 요법과 얕은 자극으로 끝을 맺으려는 안일한 제작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중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