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지성, 77년생 뱀띠 친구들이 다 했다 [MK드라마톡]

2026년 여름 주말 밤의 풍경은 유독 흥미롭다. 리모컨을 쥔 시청자들의 기분 좋은 비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안방극장의 전통적인 흥행 보증수표이자 연예계 소문난 ‘1977년생 뱀띠’ 동갑내기 절친 소지섭과 지성이 주말 왕좌를 나란히 장악하며 쌍끌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폭주 중인 SBS 금토극 ‘김부장’의 소지섭과, 단 2회 만에 무서운 상승 곡선을 그리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JTBC 토일극 ‘아파트’의 지성. 대한민국 드라마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두 절친의 훈훈하고도 치열한 레이스가 안방 시청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977년생 뱀띠’ 동갑내기 절친 소지섭과 지성이 주말 왕좌를 나란히 장악하며 쌍끌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JTBC

“안경 쓴 아저씨는 건들지 마라”…22% 돌파한 ‘김부장’ 소지섭

SBS ‘김부장’의 소지섭은 그야말로 ‘적수 없는 독주’를 펼치는 중이다. 방송 단 4회 만에 시청률 21.6%를 돌파하고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매회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김부장’은 겉보기엔 평범하고 굽은 어깨를 지닌 은행원이지만, 실상은 남북한이 모두 두려워했던 전설의 고스트 요원(코드네임 66)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영화 ‘회사원’(2012)에서 냉혹한 프로 킬러 ‘지형도’ 역으로 칼날 같은 수트 액션을 뽐냈고,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2018)에서는 뜻밖의 육아를 도맡은 블랙요원 ‘김본’으로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작 ‘광장’(2025)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거치며 ‘K-존 윅’이라는 수식어까지 단단히 굳힌 바 있다.

이번 ‘김부장’은 그의 찬란한 액션 필모그래피가 도달한 ‘최종 진화형’이다. 이전의 액션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불길로 뛰어드는 맹렬한 ‘불나방’ 같았다면, 이번엔 “오직 사라진 딸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아빠의 사투”를 그린다. 소지섭 특유의 슬픈 눈망울에 깃든 짙은 부성애와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은사(와이어) 액션의 결합은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소지섭. 사진=SBS

적폐 판사 벗고 ‘능청 보스’로… 2회 만에 5% 뚫은 ‘아파트’ 지성

JTBC ‘아파트’의 지성 역시 무서운 기세로 상승 기류에 올라탔다. 첫 회 시청률 4.6%에서 출발해 단 2회 만에 5.4%(수도권 최고 6.3%)를 찍으며 비지상파 동시간대 1위를 싹쓸이했다.

가장 소름 돋는 지점은 직전 메가 히트작이었던 MBC ‘판사 이한영’의 그림자를 완벽하게 지워냈다는 것이다. 회귀 후 사이다 판벤저스를 이끌며 최고 시청률 13.5%를 견인했던 엘리트 법관의 날카로운 아우라는 온데간데없다.

차기작 ‘아파트’에서 그는 통장에 잠든 눈먼 돈 ‘장기수선충당금’ 178억 원을 차지하려는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으로 180도 돌변했다.

“이 얼굴이 정말 50세를 앞둔 비주얼이 맞냐”는 시청자들의 경악 섞인 찬사를 증명하듯 물오른 동안 외모를 뽐내면서도, 돈을 노리고 가짜 가족 사기극을 꾸며 입주자대표회의 선거판에 뛰어드는 박해강의 능청스러움과 허당미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사기 치러 잠입했다가 졸지에 아파트 비리를 소탕하는 다크 히어로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코믹 차력쇼는, 오직 연기 스펙트럼이 무한대에 가까운 지성이기에 가능한 설득력이다.

지성. 사진=JTBC

청춘의 ‘간지’에서 중년의 ‘내려놓음’으로

2000년대 초중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거친 로맨티스트 차무혁으로 대한민국에 ‘소간지’ 열풍을 일으켰던 소지섭. 그리고 ‘올인’과 ‘뉴하트’를 거치며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흔들던 소년미 가득한 청춘 스타 지성. 어느덧 40대 후반 중년에 접어든 이들의 영토는 과거보다 훨씬 넓고 핍진성 있는 현실의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두 배우의 쌍끌이 흥행이 유독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나이 듦의 수용’과 ‘생활 밀착형 내려놓음’에 있다. 과거의 찬란했던 왕자님 판타지에 머무르는 대신, 소지섭은 갈라진 발꿈치와 고단한 숨을 내쉬는 현실적인 ‘딸바보 가장’의 무게를 껴안았다. 지성 역시 매달 날아오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뒤편에 숨은 서민들의 소박하고도 치사한 이해관계 속으로 기꺼이 굴러떨어졌다.

사진=SBS, JTBC

가장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비장하게 웅크린 발톱을 드러내는 중년 남성들의 서사. 이 보편적인 감정선 위에 두 명품 배우가 30년 가까이 벼려온 연기 내공이 얹어지며, K-드라마 시장에 가장 이상적이고 우아한 ‘중년의 미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주말 밤 시청자들의 눈을 기분 좋게 멀게 만들고 있는 77년생 뱀띠 단짝 친구들. 트렌드가 초단위로 변하는 잔인한 방송 생태계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치열한 흥행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존재 덕분에, 2026년의 여름 주말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유쾌하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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