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협회(FIFA)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UEFA) 북중미(CONCACAF) 아시아(AFC) 대륙 연맹이 공개적으로 저격에 나섰다.
이들 세 연맹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서한을 통해 FIFA를 저격했다.
이 서한은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 다툭 세리 윈저 존 AFC 사무총장, 빅터 몬타글리아니 CONCACAF 회장, 필리페 모지오 CONCACAF 사무총장,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 테오도르 테오도리디스 UEFA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작성됐다.
축구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이 서한에서 이들은 “축구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최고의 열정이다. 축구는 그 어떤 개인이나 기관의 소유물도 아니다. 회원들을 대표하는 연맹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낸다”며 인판티노 회장을 정조준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월드컵 규모의 확대 등 국제 축구계의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그 발전은 결코 어느 한 개인의 업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축구라는 경기의 진정성과 축구를 이끌도록 선출된 이들의 진정성에 관한 것”이라고 언급한 뒤 “축구계의 리더십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권력을 쥐거나 그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자신에게 권한을 위임한 축구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의무다. 기만으로 신뢰가 깨지고, 개인이 자신에게 권한을 부여한 집단보다 스스로를 우위에 두려 할 때, 그 의무는 저버려진 것”이라며 인판티노 회장을 공개 저격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독단으로 월드컵 운영을 책임질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 물의를 일으켰다. 진행 과정을 회원국들에게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UEFA를 비롯한 대륙 연맹들이 월드컵 보이콧까지 언급하면서 갈등이 심해졌고, 결국 인판티노는 계획을 취소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륙 연맹들의 분노는 여전해 보인다. 이들은 최근 FIFA가 211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실수를 인정했다고 밝히면서도 “FIFA는 이를 단순한 소통의 실패로 치부하지만, 축구계가 목격한 것은 판단력의 실패였다. 충분한 협의 없이 촉박한 일정으로 추진되고, 회원 협회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기도 전에 마감 시한을 앞세워 밀어붙인 제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철저한 검증을 제한하려는 의도적인 계획의 산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FIFA가 존재해야 할 이유인 관련 기관들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저버린 중대한 판단 착오”라 규명했다.
FIFA가 이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FIFA 평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심각한 판단 착오가 발생했을 때 올바른 거버넌스를 확립하려면 FIFA 내부 인력이나 축구계 이해관계자가 아닌, 완전히 독립적인 제3자가 검토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또다시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FIFA 집행부는 해당 검토 과정에 일절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모로코에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선출직 임원 중 단 한 명이 참석했고, FIFA 평의회 위원이나 회원 협회 관계자는 누구도 회의에 초청받지 않았으며 오직 FIFA 소속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만이 참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축구라는 종목을 수호하는 관리자의 태도가 아니라, 축구가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믿는 자의 태도”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곳에는 침묵이, 투명성이 필요한 곳에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이는 축구계 지도부가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니다. 우리가 이러한 입장을 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가볍게 혹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헌신하는 축구라는 종목에 대한 의무감으로 뜻을 모았다. 축구의 힘은 언제나 단결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지금 그 단결의 가치가 존중받기를 촉구하며, 축구를 지배하려 하기보다 축구를 위해 봉사하는 지도부를 요구한다”고 서한을 마무리했다.
‘ESPN’은 PA 통신을 인용, 이들 세 연맹이 독자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판티노 회장이 내년 3월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명예롭게 사임할 기회를 갖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현재 전개되고 있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자신들을 분리하여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