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선수들과 광주 시민께 많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주장 고현석(3학년)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에서 인천고등학교에 5-8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배재고는 시즌을 여기서 마감하게 됐다.
승부를 떠나 이날 경기는 많은 이목을 끌었다. 배재고가 45일 만의 공식전에 나선 까닭이다.
배재고는 지난 6월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을 외쳤다가 5·18 민주화 운동을 모독했다는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배재고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배재고는 광주일고를 찾아가 사과했고, 대한체육회 공정위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에 관한 재심의를 신청했다. 공정위가 징계를 1개월로 감경하며 배재고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날 경기에 나선 배재고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경기 후 배재고 주장 고현석은 “아직 20년도 살지 않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가 이렇게까지 커지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며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적으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부족한 저희를 조금이나마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고현석은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고교야구 대회 경기였던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그는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패해 친구들과 저희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많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배재고 선수들은 이번 경기 중 상대를 자극할 만한 단체 응원을 자제했다. 공격 때에도 그라운드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안타”, “가자” 등의 격려를 보내는 정도에 그쳤다.
고현석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조심하자 이야기했다”며 “상대방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은 하지 말고, 이기기 위해 온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던 3학년 선수들에겐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그는 “3학년 중에는 9년, 10년 동안 야구를 한 친구들도 있다”며 “3학년 투수 중 경기에 못 나간 선수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던지려면 이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말했듯이 배재고는 지난달 6일 광주를 방문해 사과했다.
고현석은 “사과를 받아주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반성하는 마음을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했다. 광주일고에서 저희 선수들과 부모님들에게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며 “광주일고 선수들과 광주 시민께 많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