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끝나고 ‘동화’가 찾아왔다. 새로운 ‘시나리오’(Scenario)를 들고 온 밴드 원위는 비극도 해피엔딩도 아닌 더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며 다음 페이지로 나아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원위가 19일 오후 6시 정규 3집 ‘面 : Unknown Atlas’를 발매하며 그동안 이어온 점·선·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이어진 여정을 하나의 지도로 완성하며 그동안 쌓아온 음악적 역량을 총망라하며 3부작 서사에 마침표를 찍은 원위는 이번 여정에 ‘원위의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를 위해 멤버 전원이 곡 작업에 참여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타이틀곡 ‘시나리오’는 정해진 결말이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이다. 얼터너티브 록 기반의 밴드 사운드 위에 원위는 ‘결국 우리의 삶 역시 누군가가 써 놓은 대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완성돼 가는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메시지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서정적인 피아노와 스트링이 어우러지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아치는 밀도 높은 드럼과 기타 사운드는 드라마틱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리스너들로부터 벅찬 해방감을 안기는 것이 특징이다.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들고 컴백한 소감으로 “엄청 설렌다”라며 말문을 연 원위는 “이번에 17곡이 수록됐다. 정성을 담아 준비한 앨범이다. 원위의 새로운 세계관과 주제를 이번 앨범에 담기 위해 오래 준비했고, 그에 맞게 트랙리스트를 정했다. 전개를 생각하면서 짠 트랙리스트인 만큼, 순서대로 곡을 들어주셨으면 한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기에, 이번 활동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17개의 트랙이 각각 하나의 동화처럼 펼쳐지는 구성을 갖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기 위해 트랙리스트의 순서를 정했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알려달라.
하린 : 먼저 이번 앨범 자체를 ‘동화’라는 콘셉트로 잡은 뒤, 멤버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동화’를 주제로 삼아 작업해 임했어요. 다소 마니아적인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상상 속 세계에 들어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주제로 정하다 보니 ‘키포인트’가 되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막내의 의견에 따라 ‘이스터에그’도 담아봤어요. 동화라고 정의를 내렸지만, 흔히 알고 있는 동화의 따뜻함이나 발랄함과는 다르게 뒤바뀐 세계관이 펼쳐질 수도 있고, 각자가 생각하는 동화의 모습도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생각을 앨범에 녹여내 보고자 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우주 시리즈’를 이어가며 이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았지만, 사실 우주라는 하나의 소재만으로 계속 이어갈 수는 없잖아요. 저도 멤버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하던 찰나, 기획 단계에서 기욱이가 ‘이런 주제(동화)도 시도해 보면서 앨범 작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의견을 내줬는데,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과 기대감이 들었어요. 그 부분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면서 오랜 시간 작업했습니다.
동명 : 시기적으로 저희도 새로운 주제나 콘셉트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타이밍이었어요. 기존에 해오던 것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세 번째 정규 앨범인 만큼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느낌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정규 앨범이 실릴 곡들을 선정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기욱 : 먼저 기존에 발표했던 곡을 이번 앨범에 수록한 이유는 그 곡들이 있어야 앨범의 스토리가 완벽해지기 때문이었어요. 17곡의 장르가 다 다른 만큼 녹음 과정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준비했고, 녹음하는 데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여기에 퀄리티가 높고 좋은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수록곡과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모든 곡이 정해지고 나니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된 것 같다는 새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모든 작업을 마친 지금은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웃음)
17곡이 서로 다른 장르와 분위기를 담고 있는 만큼, 곡마다 보컬을 다르게 표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녹음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용훈 :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 중 하나가, 기욱이의 말처럼 정규 앨범에 실린 17곡의 장르가 다 다르다보니 곡마다 스타일을 다르게 불러야 했던 점이었던 것 같아요. 신나게 부른 곡들도 있고, 또 어떤 곡은 잔잔하게 불렀어야 했고, 록 장르의 곡도 있고 하다 보니 각각의 장르에 어울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멤버들이 직접 쓴 곡은 서로 디렉팅을 많이 봐주면서 각자의 의도를 살리려고 했고, 보컬적으로도 곡에 맞는 표현을 위해 서로 조율하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각 곡의 분위기와 감정을 보컬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가장 많이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앨범에 실린 모든 곡들이 좋겠지만 그 중에서도 멤버들 각자의 ‘최애곡’이 무엇일지 알고 싶다.
동명: 이번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의 퀄리티가 진짜 좋아요. 전에 김도훈 대표님과 앨범에 대한 회의를 하는데, 좋은 곡이 많으니 한 번에 내지 말고 나눠서 내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요. 물론 좋은 곡이 많은 만큼 나눠서 발매해도 좋겠지만, 좋은 곡을 모두 담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만큼 좋은 곡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꼭 하나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플라이’(FLY)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동화를 주제로 쓴 곡이기도 하고요. 제가 엠비티아이가 ‘ST’여서 상대적으로 ‘NF의 감성’이 부족한 편인데, 동화 콘셉트인 만큼 그런 곡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던 곡이에요.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서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강현: 저는 ‘소인국’(Lilliput)과 ‘라퓨타’(Laputa)를 꼽고 싶어요. 군대에 있을 때 썼던 곡들인데, 이 곡들을 가지고 기욱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화 콘셉트의 시작이 됐던 것 같아 애정이 많이 가요. 전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이카루스’로 좋아요. 이카루스가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다 날개가 녹아서 추락하는 이야기잖아요. 이 곡을 쓸 당시 제 기분 상태도 많이 마이너한 편이었는데, 곡을 쓸 때의 제 상태와 주제가 잘 맞았고, 덕분의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용훈: 저는 ‘피투성이 피노키오’라는 꼽고 싶어요. 이‘시나리오’와 함께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후보에 올랐던 곡이거든요. 타이틀곡 선정 과정에 있어, 대표님께서도 몇 번이나 전화해서 의견을 물어보실 정도로 ‘시나리오’로 할지 ‘피투성이 피노키오’로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록곡 중에서는 이 곡에 가장 애착이 가요.
기욱: ‘피투성이 피노키오’는 제가 쓴 곡인데, 타이틀곡 후보였던 만큼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곡이에요. 타이틀곡을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곡을 만들었을 때는 다소 난해한 느낌도 있었는데, 피드백을 받으면서 대중적인 방향으로 수정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레벨업된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곡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린: 아무래도 제가 쓴 곡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작업하다 보니 유독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흘러간 시간에 그대로 멈춰 있지 않기를’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팬분들께서 원위 안에서 제가 이어가고 있는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데, ‘우물 속 작은 아이’부터 제 경험과 애니메이션적인 발상을 활용해 하나씩 풀어내고 있거든요. 이번 곡은 그 시리즈를 완성하는 풀 시그넘인 만큼 더욱 의미가 커요. 듣는 분들도 이 노래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규에 17곡이나 담은 만큼, 이에 따른 부담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욱: 부담감보다는 저희를 강하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요즘 정규 앨범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또 정규 앨범을 내게 됐잖아요. ‘우리가 이 정도로 준비했다’, ‘우리의 성의를 가득 담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듣고 좋으셨다면 팬이 되어달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웃음) 그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앨범이고, 후회도 없습니다. 17곡을 모두 담으면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것, 보여드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담았다는 생각에 지금은 기분이 좋습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