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재용이 작품 속에서 수없이 독한 악역을 연기해온 것보다 더 위태로웠던 자신의 30대를 돌아보며 결국 자신을 붙잡아준 것은 연기였다고 털어놨다.
20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요즘 뭐해’에는 ‘야인시대’ 미와 이재용, 8년간 우울증을 견딘 이유…‘연기가 나를 살렸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이재용은 “7~8년 이상 우울증 약을 먹었다”며 당시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다고 밝혔다. 처음 병증을 진단받은 것은 30대 초중반으로, 가난한 연극배우로 살아가며 생계를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기였다.
마음이 크게 흔들린 계기 중 하나는 학생들과 함께 정신과 병원에서 진행했던 사이코드라마였다. 이재용은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폐쇄병동 등을 직접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재용은 당시를 “진짜 살아 있는 지옥을 본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환자들의 고통이 자신에게 그대로 밀려드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사이코드라마를 함께했던 의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충격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이재용 자신도 가난한 연극배우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버티고 있었다. 폐쇄병동에서 받은 충격에 자신의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여러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고 설명했다.
상태를 지켜본 의료진은 결국 입원 치료까지 권했다.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는 직업인 만큼 병원을 소개해줄 테니 열흘 동안이라도 입원해 술을 끊고 약을 먹으며 밥을 챙겨 먹고 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재용은 멈출 수 없었다. 당시 공연을 제작하고 있었던 데다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그는 “처자식은 벌어먹여 살려야 하고, 일은 해야 했다”며 결국 입원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술까지 겹치면서 위태로운 시간은 길어졌다. 이재용은 현재는 술을 끊었다며 과거에는 너무 많이 마셨던 것 같다고 돌아봤고, 지금은 명상 등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7~8년 동안 우울증 약을 복용했던 이재용은 당시 자신의 모습을 “지금 생각해도 반미치광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위태로웠고 여러 차례 위기의 순간도 겪었다고 했다.
그런 이재용에게 끝까지 남아 있던 것은 연기였다. 좋지 않은 선택을 할 뻔했던 순간에도 자신이 겪은 아픔을 언젠가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마지막 힘이 됐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었다.
1987년 연극 ‘미시시피씨의 결혼’으로 데뷔한 이재용은 영화 ‘친구’의 차상곤을 비롯해 ‘야인시대’ 미와 경부, ‘주몽’ 부득불, ‘뿌리 깊은 나무’ 조말생 등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최근에는 ‘김부장’에서 냉혹한 악역 리응령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면 안에서는 오랫동안 독한 인물들을 연기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이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 이재용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도 연기였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