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고도 비난받을 바엔 손을 놓겠다는 싸늘한 냉소가 번져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전신마비 가수가 사회를 향해 건넨 조용하고 겸허한 감사의 목소리가 먹먹한 울림을 안긴다.
유튜버 박위의 KTX 낙상 사고 영상 여파로 장애인을 돕는 일선 현장의 선의마저 위축될 위기에 처하자, 사지마비의 아픔을 딛고 노래하는 그룹 더크로스의 보컬 김혁건이 사회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혁건은 24일 자신의 SNS을 통해 “음악을 할 때 신체적인 핸디캡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연주만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도 휠체어가 굳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 장애를 이유로 동정이나 특별한 관심을 얻어 구독자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장애를 당당히 콘텐츠화하는 방식을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버텨내는 다수 중증 장애인들의 현실을 짚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선 사회 구성원들이 상처를 받고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될까 우려했다.
김혁건은 “이번 논란으로 모든 장애인이 폄하되거나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사회와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다.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와 절망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01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추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뒤 피나는 재활 끝에 무대로 돌아온 김혁건. 휠체어를 앞세워 동정을 구하거나 권리를 앞세우기보다 손을 내밀어 주는 이웃의 노고를 먼저 헤아리는 그의 품격 있는 태도는 맹목적인 비난이 들끓던 여론에 진정한 공존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동정 대신 음악을 앞세우고 사회를 향해 먼저 감사를 표한 김혁건의 글에 누리꾼들은 깊은 존경과 지지를 보냈다.
네티즌들은 “도와주다 실수하면 박제당한다는 공포 때문에 선의가 메말라가던 차에 김혁건의 글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휠체어 숨기고 오직 목소리로만 승부한다는 대목에서 진짜 음악인의 자존심과 품격이 느껴진다”, “권리만을 앞세우지 않고 도움 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먼저 감사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의 태도”, “이번 일로 상처받았을 일선 역무원들과 다른 장애인 분들 모두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글이다”라며 큰 감동을 드러냈다.
저는 음악을 하면서 신체적인 핸디캡을 드러내지 않고, 음악과 연주만을 보고 들을수있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에도 휠체어가 굳이 보이지 않도록 합니다. 제 채널은 구독자 수가 적지만 장애를 이유로 동정이나 특별한 관심을 얻어 구독자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연주하고, 그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나누며 함께 공감하는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최근 한 장애인 유튜버를 둘러싼 논란을 보았습니다. 장애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 역시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자신의 장애를 세상 앞에 당당히 드러내는 일이 때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을 돕지 않겠다’, ‘도와줄 필요 없다’와 같은 댓글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장애인 콜택시부터 지하철 편의시설, 활동지원서비스까지.. 그 많은 도움들이 없다면 최중증 장애인들은 매일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도움들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모든 장애인이 폄하되거나,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사회와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와 절망이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