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다람쥐’ 강혜연이 남긴 아름다운 작별과 새로운 도약 [홍동희 시선]

수많은 관객의 뜨거운 떼창과 응원봉의 붉은 물결이 휩쓸고 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모두가 떠나간 텅 빈 객석 사이에 노란 드레스를 입은 한 여가수가 홀로 앉아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장장 5개월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MBN ‘현역가왕3’ 전국투어 콘서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가수 강혜연의 모습이다.

최근 강혜연은 자신의 SNS에 이 고요하고도 따뜻한 여운이 담긴 비하인드 사진과 함께 진심 어린 소회를 전했다.

강혜연. 사진=강혜연 공식 SNS

“다시는 안 올 현역가왕3.. 이제 그만 안녕할 시간. 너무 소중한 추억이고 행복이었습니다.”

끈끈한 동료애를 나눈 현역가왕 멤버들부터 밤낮없이 고생한 콘서트 제작진, 장지원 밴드팀, 램프팀, 그리고 긴 여정을 늘 든든하게 지켜준 팬클럽 ‘해바라기’와 관객들을 향해 그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남겼다.

마지막에 덧붙인 스페인어 한마디 “conmovedor adiós(감동적인 작별)”는 그녀가 지난 여정에 얼마나 온 마음을 쏟았는지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사진=강혜연 SNS

12년의 무명 터널, 눈물로 피워낸 ‘꿈’

강혜연의 음악 인생은 도전과 버팀의 연속이었다.

2012년 걸그룹 EXID(멤버명 ‘다미’)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2013년 4인조 걸그룹 베스티의 리더이자 리드보컬로 재데뷔하며 치열한 아이돌 세계에서 땀을 흘렸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혹독한 체중 관리와 수면 부족, 그리고 정산금조차 받지 못하는 길고 어두운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래로 돈을 처음 번 게 데뷔 12년 만이었다”라는 그녀의 고백은 대중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오랜 시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등골 브레이커’였다고 자신을 자책하던 그녀는, 트로트로 전향한 지 수년 만에 비로소 첫 정산금을 손에 쥐고 통장 내역을 10분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눈물로 번 소중한 첫 수입을 부모님께 용돈으로 안겨드렸던 효녀 강혜연에게 ‘현역가왕3’는 단순한 서바이벌 그 이상의 무대였다.

강혜연. 사진=MK스포츠 DB

탈락의 아픔을 딛고 날아오른 ‘국가대표 TOP7’

2018년 미니 1집 ‘왔다야’를 발표하며 과감히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강혜연은 특유의 간드러진 음색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트로트 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 출전해 다람쥐를 닮은 귀여운 외모와 대조되는 앙팡진 목소리로 최종 8위를 기록, ‘트롯다람쥐’라는 독보적인 별명을 얻으며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출전한 ‘현역가왕3’의 무대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미 수차례의 오디션을 겪으며 탈락의 아픔에 스스로 지쳐있었고, 옆에서 성공하는 동료들을 보며 자책감과 부러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예선전 무대에서 ‘날개’를 부르며 비상을 꿈꿨던 강혜연은 매 무대마다 한계 없는 가창력과 끈기를 보여주었다.

결승 2차전에서 선곡한 조용필의 ‘꿈’은 타향살이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곡이자, 지난 12년간 꿈을 향해 외롭게 달려온 강혜연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았다. 무대 위에서 뿜어낸 진정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심사위원 박현빈은 “트로트 전향 후 늘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가수다. 강혜연의 끈기와 도전정신은 정말 존경스럽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강혜연은 이전 경연보다 3계단 상승한 최종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그토록 바라던 국가대표 TOP7의 자리를 쟁취했다.

사진=강혜연 SNS

조명은 꺼졌지만, ‘멀티 엔터테이너’의 질주는 계속된다

전국투어 앵콜 콘서트 무대 뒤에서 동료들과 순백의 의상을 맞춰 입고 환하게 미소 짓던 모습, 그리고 홀로 남은 빈 객석을 바라보며 깊은 여운을 삼키던 강혜연의 두 사진은 그녀의 어제와 오늘을 그대로 대변한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현역가왕3’의 화려한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가수로 서는 무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강혜연은 현재 가요 무대뿐만 아니라 KBS 1TV ‘6시 내고향’의 고정 코너 ‘달려라 고향버스’ 안내양과 리포터로 활약하며 전국의 어르신들에게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또한, 대선배들의 명곡을 재해석하는 명품 음악 예능의 섭외 1순위로 꼽히며 아티스트로서의 깊이를 더해가는 중이다.

사진=강혜연 공식 SNS

팬덤 ‘해바라기’와 함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연탄 봉사와 기부를 꾸준히 실천하며 대중에게 따뜻한 선한 영향력까지 안겨주는 가수 강혜연. 길고 길었던 무명의 상처를 단단한 굳은살로 바꾼 그녀가, ‘현역가왕3’라는 커다란 날개를 달고 앞으로 또 어떤 눈부신 ‘꿈’을 향해 날아오를지 가요계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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