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눈물과 버팀의 시간이 존재한다.
10여 년 전, 4인조 걸그룹 베스티(BESTie)의 리더 겸 리드보컬로 상큼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강혜연. 가요계의 숱한 격변 속에서 다시 마주한 그는 여전히 주변 공기마저 밝히는 독보적인 ‘인간 비타민’이었다.
하지만 트로트 가수가 되어 마주 앉은 그의 눈빛에는 모진 풍파를 홀로 견뎌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하고 고요한 성숙함이 내려앉아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트롯 다람쥐’라는 사랑스러운 별명 뒤에 숨겨진, 12년이라는 묵직한 무명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 비상한 거인의 서사를 들어봤다.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한 강혜연은 2012년 데뷔 이래 수없이 노래를 불렀음에도 “노래로 처음 정산금을 받아본 것이 무려 12년 만이었다”는 고백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베스티가 절대 무명 그룹이 아니었기에, 이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통장 내역에 ‘정산금’이라는 글자와 함께 수백만 원의 입금액이 찍혔을 때, 정말 묘하고 이상했어요. 기뻐야 하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시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죠. ‘내가 이 돈을 손에 쥐어보려고 그 모진 고생을 하며 12년을 돌아왔던 걸까’ 하는 허무함도 밀려왔어요.”
당시 베스티가 한창 자리를 잡아가며 큰 무대에 서려 할 때마다 국가적인 아픔과 맞물리며 행사와 스케줄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기회들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사이, 오랜 무명 생활로 부모님께 매번 용돈을 받으며 마음의 빚을 졌던 그는 정산금을 받자마자 부모님에게 달려가 뭉칫돈을 쥐여드렸다.
“용돈을 보신 부모님께서 그 자리에서 엉엉 우셨어요. 그러면서도 ‘혜연아, 절대 돈을 함부로 쓰지 말고 알뜰히 모아야 한다’며 제 걱정부터 하셨죠. 부모님의 눈물을 보며 저 역시 가슴 깊이 결심했습니다.”
최근 K팝 신에서는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역주행이 일어났다. 베스티가 2013년 발표한 곡 ‘연애의 조건’이 13년의 세월을 거슬러 유튜브 뮤직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7위까지 급등한 것이다.
“주변에서 링크와 캡처를 보내줘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발매 당시에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가사와 콘셉트가 13년이 지나서야 대중의 마음에 닿았나 봐요. 요즘 재미 삼아 멤버들과 ‘우리 진짜 다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팀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멤버들의 끈끈한 우정은 여전하다. 특히 활동명을 ‘한다라’로 바꾸고 4년 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막내 해령과는 일주일에 몇 번씩 소통하는 소울메이트다. 그는 “해령이 역시 공백기 동안 다시 일어서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왔다”며 “언젠가 베스티 멤버들이 온전히 한 무대에 서서 팬들에게 깜짝 라이브를 선물하고 싶은 소박하지만 큰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2편에서 계속....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해당 기사는 홍동희 기자의 트로트 인터뷰 유튜브 채널 ‘트로트 테레비’에서 영상 인터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