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人터뷰①] 에 이어...
이방인 취급과 차가운 텃세를 뚫고
강혜연은 걸그룹 해체 후 2018년, 트로트 데뷔곡 ‘왔다야’를 발표하며 전격 전향했다. 지금은 어엿한 실력파 가수로 우뚝 섰지만, 아이돌 출신 가수의 트로트 행보가 지극히 이례적이었던 당시 그가 감내해야 했던 편견은 가혹했다.
“트로트계에 입문했을 때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을 마주했어요. ‘걸그룹 하다가 안 되니까 이 바닥 왔냐’,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 하는 차가운 속삭임과 편견이 늘 따라다녔죠. 기획사의 철저한 보호 속에 제 역할만 소화하면 됐던 걸그룹 시절과 달리, 트로트는 모든 것을 제 발로 직접 뛰며 스스로 개척해야 했습니다.”
그 편견을 깨부순 것은 오직 피나는 노력이었다. 세미 트롯에 안주하지 않고, 정통 트로트의 애환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대가 선생님을 찾아가 고된 레슨을 견뎠다. 매일 목이 쉴 때까지 발성과 기교를 연마하며 이방인에서 진정한 가인(歌人)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강혜연의 음악 인생에서 오디션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겐 ‘만년 8위’라는 지독하고 아픈 꼬리표가 늘 붙어 다녔다. ‘내일은 미스트롯2’를 비롯한 굵직한 경연마다 최종 TOP7 진입을 눈앞에 두고 매번 8위로 좌절해야 했다.
“제게 ‘8’이라는 숫자는 지독한 트라우마였어요. 연이은 실패에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승승장구하는 동료들을 축하하면서도 남모르게 방 한구석에서 자책감과 깊은 우울에 시달렸죠. 하지만 그 절망이 제 안의 매서운 오기를 깨웠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8위의 저주를 깨부수겠다”며 사활을 걸고 출전한 MBN ‘현역가왕3’. 운명의 결승 무대에서 그가 선택한 조용필의 명곡 ‘꿈’은 지난 세월의 눈물을 쏟아내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무대 위에서 영혼을 담아 토해낸 노래는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렸고, 마침내 지독했던 8위의 족쇄를 끊어내며 최종 5위 국가대표 TOP7의 감격적인 자리를 움켜쥐었다.
이후 펼쳐진 ‘현역가왕3 전국투어 콘서트’는 탈락자 자격의 쓸쓸한 게스트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온전히 빛나는 메인 주인공으로서 오른 감격적인 무대였다. “마지막 서울 앙코르 콘서트가 끝나고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마침내 저를 향해 노란 물결을 보내주던 해바라기 팬들의 얼굴이 겹쳐지며 ‘내가 정말 해냈구나’ 하는 뜨거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강혜연의 진가는 교양 방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KBS 1TV ‘6시 내고향’의 ‘달려라 고향버스’ 2대 안내양으로 활약하며 전국의 전통시장과 시골 버스를 누비고 있다.
“어르신들이 덤덤하게 털어놓으시는 우여곡절 속에서 진짜 지혜와 겸손함을 배우고 있어요. 호국보훈의 달에 만났던 월남전 참전 용사 아버님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심이 밀려왔죠. 단순히 방송 분량을 뽑는 연예인이 아니라, 이분들의 위대하고 평범한 삶을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하는 정직한 메신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중에게 어떤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마지막 물음에 그는 특유의 밝고 정직한 눈빛으로 답했다.
“과거에는 완벽한 가창력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여러 굴곡을 지나오며 진짜 꿈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저 저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친 하루의 끝에 제 미소를 보며 편안한 숨을 쉴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제 인생의 최종 종착지입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해당 기사는 홍동희 기자의 트로트 인터뷰 유튜브 채널 ‘트로트 테레비’에서 영상 인터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