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이 ‘천만 배우’ 타이틀 뒤에 감춰두었던 솔직한 연기 고민과 현장 철학을 전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열린 가운데, 배우 김고은이 참석했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이다. 김고은은 “액터스하우스 처음 해보는데 여러분들 만날 생각에 설렜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열정의 도시이지 않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번에 너무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관객으로서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강렬하게 등장한 김고은은 ‘차이나타운’(2015), ‘도깨비’(2016), ‘대도시의 사랑법’(2024) 등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파묘’(2024)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은중과 상연’(2025), ‘자백의 대가’(2025), ‘유미의 세포들’(2021, 2022, 2026) 시리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김고은은 “처음에 대본을 받고 ‘내가 해야 하나’ 입장에서 다시 읽으면 첫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 같다. 외형적인 그 인물은 이럴 것 같다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 이미지가 왜 떠올랐는지를 다음에 대본을 파보고, 그 다음에 이해가 된다고 스스로 납득이 되면 그거를 감독님에게 제시를 한다. 반대 의견을 들을 것에 대한 예상도 해서 나름의 고민을 해서 간다”라고 밝혔다.
여러 캐릭터를 만나는 만큼, 스트레스에도 노출이 잦다. 그는 “스트레스는 이제 새로운 작품을 받고 이 작품이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가 극심하다. 그 스트레스 앞에서는 ‘스트레스면 어쩔건데, 그냥 받아’라는 이런 마음으로 대한다. 대신에 현장에서는 저를 풀어주는 편이다. 현장 가기 전까지는 많이 괴롭히고 현장 갔을 때는 겉으로 봤을 때는 감독님, 스태프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보인다고하는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중요한 씬을 앞둘수록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데 그럴수록 더 웃으면서 장난도 많이 치고 활기차게,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촬영 전까지는 그 에너지를 응축시키는 편이다. 그러다 현장에 들어갔을 때 집중할 수 있으려고 스스로 그렇게 활용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연함이라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지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여유라는 건 연차가 쌓였다고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예측 가능함에서는 그럴 수는 있지만 내 스스로 최면을 걸어야 하고 나 스스로를 여유로울 수 있게 훈련하고 그 용기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나를 여유롭게 두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결될 게 없고, 바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저를 더 두려고 하냐면 그래야 현장에 그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여유롭게 가만히 있어줄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디렉션을 받았을 때도 헛하지 않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그래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갈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런 여유가 생기기까지 스스로를 몰아쳤던 적도 있다. 김고은은 “힘들 때마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더 많아’ 그랬던 것 같다. 요즘에는 저의 힘듦을 봐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털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안 힘들다라고 생각하면 안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 언젠가는 엄한데서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걸 겪고 나니까 내가 외면한 거지 없어지는 게 아니었구나 인지를 하게 됐다. 뭔가 타격이 오면 힘들구나 생각하게 됐고 바라보게 되고 어떠한 시간을 주게 됐다”라며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김고은이 ‘은중과 상연’으로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영광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김고은은 무대에 올라 “나라는 배우에게서 계속 새로운 얼굴을 찾고 싶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찾아 달라”는 수상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항상 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주어진 모든 일들도 언제까지나 주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잘 해내야만 하는 거고 끊임없이 이 안에서 직면을 해야 하고 그래야 다음 발판이 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다. 제가 새로운 얼굴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고 제 안에는 많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궁금해주셔야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또 보여줄 게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의미로 이야기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현장을 찾는 만큼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비결도 밝혔다. “사람 봐가면서 적절하게 한다”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든 김고은은 “성향도 다르고 시간적으로 필요한 사람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관찰을 많이 한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리딩, 미팅 등이 있어서 그럴 때는 주로 관찰을 하고 경청을 하고 어떤 걸 주요하게 생각하시는지 많이 듣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이야기를 물어보기 전까지는 ‘저는요’ 이런 걸 안하려고 한다. 그러다 물어봐주시면 한 발짝씩 다가가는데 한 번 열리면 바로 다가가는 스타일이어서 그때부터는 되게 조심스럽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제가 선배가 되고 보니까 저 같은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선배가 되니까 조심스러워하는 게 보이더라. 눈치를 자꾸 보게 되니까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다재다능한 배우이지만, 아직까지 욕심과 열정이 넘쳐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추가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악기를 하나쯤은 담아보고 싶다. (악기를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어릴 때부터 드럼을 치는 여성분들을 보면 너무 너무 멋있어서 몇시간동안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어서 그걸 실천해보고 싶다. 저도 영화를 통해서 할 수 있다면 음악영화, 뮤지컬영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뮤지컬을 무대 위에서 하는 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쉽게 그렇게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라이브는 굉장히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라 저는 아닌 것 같다.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하겠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고은은 “액터스하우스를 하게 되고 오늘이 오기까지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래서 참 배우로서는 뜻깊은 자리인 것 같다. 저의 지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됐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앞으로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마음의 와닿을 수 있는 작품들을 남기고 다시 한 번 이런 자리를 만들고 싶다”라고 마음을 다졌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10일간 개최된다.
[우동(부산)=손진아 MK스포츠 기자]